서울의 한 어학원에서 근무하는 셔틀도우미(하원지도강사)가 배달원에게 "공부를 잘했으면 배달을 했겠나" 등의 막말을 한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어학원 측은 유감을 표명하며 사과했지만 배달기사들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입장문을 내고 가해자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나"
2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너무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글을 쓴다"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한다는 글 작성자는 "어제(1일) 우리 기사 중 한명이 너무 황당한 일을 겪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고 싶다"며 20분 분량의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일 배달 앱을 통해 커피를 주문한 어학원 셔틀도우미 A씨가 주소를 잘못 입력해 추가 배달료 3000원을 청구받은 게 발단이 됐다. 배달원이 학원에 가 배달을 마친 뒤 추가 배달료를 요청하자 A씨는 "지금 바쁘니까 아래에 내려가서 기다려라"고 했고 배달원은 1층 밖에서 5분가량 기다렸다.
다른 주문을 받아 시간이 촉박해진 배달원이 다시 학원으로 올라가 결제를 요청하자 A씨는 "바쁘니까 기다려라"며 재차 말한 다음 결제를 마쳤다. 이후 A씨는 배달업체에 전화를 걸어 배달원에 대한 조롱과 모욕을 쏟아냈고 이에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해당 내용을 녹음해 온라인에 공개했다.
A씨는 통화에서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했으면 배달을 했겠나", "공부 못하니까 할 줄 아는 게 배달원 밖에 없다", "배달원은 중졸, 고졸 다 받으니까"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배달업체 사장이 "인권 비하 발언은 하지 마시라. 말씀이 지나치다" 등 불쾌함을 표했으나 A씨는 "돈을 못 버니까 그 일 하겠지. 회사에서 인정받고 돈 많이 벌면 그 짓 하겠나" 등 모욕적인 말들을 이어갔다.
사장이 "얼마 버는지 알고 말씀하시는 거냐. 잘 버시는 분은 1000만원도 더 번다"고 하자 A씨는 "그렇게 고생해서 1000만원? 미안한데 내가 일주일에 버는 게 1000만인데"라며 비웃었다.
배달업체 사장은 해당 내용을 폭로하며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느 가정의 한 구성원으로서 저런 말까지 들어야 하느냐"며 "그렇게 우리가 실수한 건지 궁금하다"고 했다."배달원에 대한 평소 인식 고스란히 드러나"
A씨의 막말은 온라인을 통해 확산하며 네티즌의 공분을 불렀다. 네티즌은 "평소에 배달하는 분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학원가에서 일을 할 수가 있을까", "배달원 잘못이 없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저런 식으로 남을 모욕하는 건 정말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어학원 측은 3일 "A씨는 학원 강사가 아닌 셔틀도우미로 확인됐다.해당 직원은 1개월 정도 셔틀도우미로 근무했고 1일 마지막 근무 후 2일 퇴사했다"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본 사안에 대해 해당 가맹점에 재발 방지 차원의 적절한 조치를 요청했다"며 "이번 사안을 계기로 앞으로 본사는 가맹점과 함께 재발 방지 및 보다 양질의 교육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3일 공식입장문을 내고 "배달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라이더유니온과 피해자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나쁜 손님에 의해 발생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배달노동자들에게도 최소한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적용하고 여타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피해자와 라이더유니온이 바라는 것은 폭언을 한 손님의 진심 어린 사과"라며 "손님은 공인이 아니며 개인일 뿐이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는 사회적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