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지명자가 상원 인준을 받았다. 이로써 그는 미국 역사상 각료에 임명된 최초의 공개적인 동성애자(게이)이며 최연소 각료 가운데 한 명이 됐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부티지지는 상원 표결에서 86대 13으로 인준을 받았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부티지지가 당내 경선 레이스에서 자신을 지지하며 하차하자 내각 기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높이 평가했고, 결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교통장관에 지명한 바 있다.
이로써 부티지지는 성소수자(LGBTQ)로 상원이 내각에 인준한 첫 동성애자가 됐다. 부티지지는 인디애나주 소도시 사우스벤드 시장 시절인 2015년 지역 신문 칼럼을 통해 커밍아웃했고 2018년 교사인 채스턴 글래즈먼과 결혼했다.
부티지지는 트위터에 "영광이고 겸허해진다. 일할 준비가 됐다"고 소감을 밝혔고, 성소수자 단체는 "부티지지 인준은 미국 대중이 성적 성향이 아닌 자격으로 리더를 판단한다는 증거"라고 환영했다.
부티지지는 민주당 차세대 대권 잠룡이기도 해 향후 행보에 주목된다. 1982년생으로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에서 수학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하는 등 '엄친아' 요소를 두루 갖춰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 중 소도시 시장에서 전국적 스타로 일약 발돋움했다.
부티지지는 지구온난화의 주된 요인인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감소 등 바이든 대통령의 기후변화 의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앞서 인준 청문회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전기자동차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가 염두에 뒀던 '미국을 닮은' 다양성 내각이 진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원은 이날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 관련 인준안도 찬성 56대 반대 43으로 가결하면서다.
이로써 이민정책을 총괄하는 국토안보부에 처음으로 이민자 출신 라틴계 장관이 탄생했다. 마요르카스는 쿠바 출신유대계다. 별명은 알리(Ali)다.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태어난 마요르카스는 어린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터전을 옮겼다.
마요르카스의 인준은 쉽지 않았다. 공화당에선 마요르카스가 민주당에 편향된 인사라고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오랫동안 공석으로 있었던 국토안보부 장관 인준 절차도 계속 늦춰졌다. 다만 결국 밋 롬니와 수전 콜린스 등 중도성향 공화당 상원의원 6명이 안정적 부처 운영을 이유로 찬성에 동참해 이날 인준될 수 있었다.
마요르카스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토안보부 부장관을 지냈다. 불법체류 청소년 추방 유예(DACA)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바이든 행정부 하에선 수백만명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이민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