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아파트 증여가 2019년에 비해 123%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여당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인상에 따라 다주택자들이 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자녀나 친인척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세 부담 경감 퇴로를 막기 위해 증여세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2일 김두관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강남 3구의 아파트 증여는 총 4896건으로 2019년(3130건) 대비 1766건 증가했다. 송파 지역의 증여가 2076건(지난해 101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강남 2193건(1023건), 서초 2000건(1097건) 등이었다. 지난해 서울 전체 아파트 증여 건수는 2만3675건으로 전년(1만2514건) 대비 89% 급증했다. 전국적으로도 아파트 증여 건수는 9만1866건으로 전년(6만4390건)보다 43% 증가했다.
지난해 종부세와 양도세가 강화되자 다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은 증여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양도세 최고세율은 45%이고, 2주택자는 55%, 3주택자는 6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이에 비해 증여세는 10~50%로 상대적으로 낮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증여를 선택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오는 6월 종부세와 양도세 인상을 앞두고 증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6월에는 양도세율이 현행보다 10%포인트 오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여권에서는 아파트 증여에 대한 세금 인상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 의원은 “증여가 조세 회피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과 관련해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에게 조정대상지역 내 증여 주택 추가 할증 과세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부동산 시장 안정화 추가 대책 긴급 제안서’를 전달했다. 국세청도 지난달 28일 전국 세무관서장회의를 열고 주택증여검증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 증여와 관련해 전 과정을 꼼꼼히 살피고 탈세 여부를 잡아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의 증여세 인상 움직임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 가격 안정에 영향을 주기보다 부동산 시장에 왜곡된 신호를 주는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증여가 늘어나면 중장기적으로 매도 대상 매물이 줄어들어 아파트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소득세법 101조에 따르면 증여 자산을 5년 내에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증여세가 아니라 양도세가 부과된다. 이에 따라 증여가 이뤄진 아파트의 경우 보통 5년 이상은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잠김 매물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 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증여세 인상이 매물 출회나 아파트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안정이 정책 목표라면 증여세 인상이 아니라 한시적이라도 양도세를 완화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