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평균 전셋값 4억원 돌파…임대차법 이후 6000만원 올라

입력 2021-02-02 09:21
수정 2021-02-02 09:22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격이 처음으로 4억원대에 올라섰다. 1년 전 3억원대 초반이었던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반년간 6000만원 이상 뛰었다. 그간 전셋값이 너무 올라 서울 등의 일부 고가 아파트에는 매물이 쌓이기도 하지만, 서울 외곽과 경기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에는 여전히 수요가 몰리며 전셋값 상승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2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4억1만원으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1년 6월 이후 처음 4억원을 넘기며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이는 1년 전(3억2264만원)과 비교하면 7737만원(24.0%) 상승한 것이다. 2년 전인 2019년 1월(3억1814만원)보다는 25.7%(8187만원) 오른 것으로, 2년간 상승분이 지난 1년간 상승분과 큰 차이가 없다. 최근 전셋값 상승이 가팔랐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2016년 11월 3억원을 돌파한 뒤 작년 9월 3억5000만원을 넘겨 5000만원이 오르는데 3년 10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3억5000만원에서 4억원까지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8월 새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거주하는 수요가 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 전세난이 심화한 것으로 분석한다. 또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보증금을 2년에 5%밖에 올리지 못하게 된 집주인들이 4년치 보증금을 미리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급등했다고 본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월 4억7796만원에서 8월 5억1011만원으로 5억원을 돌파한 뒤 지난달 5억8827만원으로 1년 사이 1억1032만원(23.1%) 올라 6억원을 넘보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지역(한강 이남 11개 자치구)이 1년 사이 23.4%(1억3055만원) 올랐고, 강북 지역(한강 이북 14개구)은 같은 기간 22.6%(8730만원) 올라 강남 지역의 상승률이 강북 지역보다 다소 높았다.

전용 86㎡ 기준 전셋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강남구(10억402만원)로, 유일하게 10억원을 넘겼다. 이어 서초구(8억9527만원), 송파구(7억1556만원) 등으로, 강남 3구가 1∼3위를 차지했고 광진구(6억6814만원), 성동구(6억6776만원), 중구(6억5727만원), 마포구(6억4368만원), 용산구(6억2727만원) 등의 순이었다.

경기 아파트 전셋값은 작년 1월 2억5656만원에서 11월 3억1066만원으로 처음 3억원을 넘겼고 지난달 3억2644만원으로 올라 1년 동안 27.2%(6988만원) 뛰었다. 1년간 경기에서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하남시로 상승률이 55.8%에 달했다. 이어 용인 기흥구(46.2%), 광명시(42.2%), 용인 수지구(41.6%), 화성시(41.4%) 등의 순이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해 전세 재계약을 하는 경우가 70%를 넘기면서 전세 물량이 적어져 작은 수급의 변화에도 시장이 크게 출렁이는 불안한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대책 발표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공급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걸려 봄이사철까지 전세 불안이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안혜원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