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세력과 개인들 간의 '쩐의 전쟁'으로 미국 증시를 뒤흔든 게임스톱 사태가 국내 증시로 옮겨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증시 전문가는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지만 상황 자체가 미국과 다른 만큼 주가 상승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라고 조언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전날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 잔고 비율이 크거나 공매도 잔고 금액이 높은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 등이 큰 폭 상승했다"며 "미국 게임스톱이 숏스퀴즈(공매도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주가가 폭등하는 것)로 급등하면서 국내에 해당 사태를 연관 지으려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실제 일부 개인투자자 권익 보호 단체가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을 대상으로 매수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는 등 개인을 중심으로 한 풍부한 증시 주변자금을 고려하면 향후 주식 매수 운동의 잠재력은 크다"며 "해당 이슈는 시장 방향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라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노 연구원의 설명이다.
노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는 공매도 금지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며 "숏스퀴즈를 유발할 투기적 공매도 규모(헤지 포지션을 구축하지 않은 공매도 거래자)가 국내 시장에서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시장에 남아있는 공매도 잔고는 공매도 거래를 허용한 시장조성자 혹은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의 비중이 높다는 게 노 연구원의 추정이다. 이들은 헤지 포지션을 구축한 투자자인데 현물 가격 상승에 따라 숏스퀴즈를 유발할 주체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국내에서 거론되는 종목들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이 높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유통주식수 대비 공매도 주식수 비율은 각각 6.2%, 1.6%, 1.5%이고 에이치엘비 헬릭스미스는 각각 8%, 10%로 비교적 높지만 100%를 웃도는 미국 숏스퀴즈 종목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고 짚었다.
때문에 관련 종목들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에 따른 수급 효과로 당분간 상승하겠지만 상승폭에 대해서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