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 '나발니 석방 시위' 체포 소식에 연일 맹비난

입력 2021-02-02 01:22
수정 2021-02-02 01:23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열려 5000여명이 체포된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러시아 정부를 비난했다.

블링컨 장관은 1일(현지시간) NBC와 인터뷰에서 "이게 우리의 문제라고 본다면 러시아 정부는 큰 실수를 하는 것"이라며 "이건 그들에 대한 것이다. 러시아 국민이 부패와 독재에 느끼는 좌절감에 대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변을 제재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그는 "우리는 아주 충격적인 러시아의 일련의 행동들을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정확한 구체적 제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블링컨 장관이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정부가 2주째 평화 시위대에 가혹한 대응을 지속해서 하는 것을 규탄한다"라며 나발니를 비롯해 구금된 시위대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지난 주말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현지 비정부기구(NGO) OVD-인포에 따르면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러시아 전역에서는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OVD-인포에 따르면 지난주 시위에선 4710여명이 체포됐다. 모스크바에서는 1496명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1059명이 체포됐다.

수감 중인 나발니는 앞서 유튜브를 통해 기업인들이 푸틴 대통령을 위한 호화 궁전을 만드는 데 수십억달러를 썼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이에 분노한 러시아 시민들이 푸틴 정권을 비난하며, 나발니의 조속한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0일 국내선 항공편으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여객기에서 의식을 잃고 그대로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던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는 당시 러시아 옴스크에 비상착륙 했다. 이후 나발니는 지난해 8월 22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독일 의료진의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나발니는 쓰러진 뒤 18일 만인 지난해 9월 7일 가까스로 의식을 되찾았으며 베를린에서 재활 치료를 받고 회복됐다.

이에 대해 독일과 프랑스 등 서방의 주요 연구소들은 나발니가 옛 소련 시절 개발된 신경작용제인 '노비촉' 계열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발표했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부패 척결 운동가로 이름을 알린 나발니는 현 집권 세력의 주요 경계 대상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7년 대형은행인 VTB, 거대 석유회사 로스네프티, 세계 최대의 가스 회사 가스프롬과 같은 대형 국영기업들의 부정을 폭로했다.

나발니는 국영기업 주식을 사들여 소액주주로서 부패 척결이나 투명성 제고를 촉구하기도 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여러 차례 푸틴 정권을 비판하는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에 푸틴의 장기 집권에 피로감을 느낀 많은 젊은 층들이 나발니를 지지했다.

이에 나발니는 2013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모스크바 시장 후보로 출마했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높은 27%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후 2018년 대선에 도전하려 했지만, 전과로 인한 피선거권 자격 논란 끝에 출마는 무산됐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