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4차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채권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재난지원금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고채(국채) 발행을 늘릴 것이란 전망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년3개월 만에 최고치(채권가격은 최저치) 수준으로 올라서는 등 장기채 금리가 뛰고 있다. 한국은행이 채권시장과 시장금리 안정화를 위해 국채 매입에 나설지 주목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년 이상의 국고채 장기물 금리는 이달 들어 짧게는 1년3개월, 길게는 1년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10년물 금리는 지난 1일 연 1.803%까지 오르며 2019년 11월 12일(연 1.842%)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전 저점인 작년 7월 말(연 1.281%) 대비 6개월 새 약 0.5%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20년 만기 국고채도 같은 날 연 1.951%, 30년 만기 국고채는 연 1.958%로 상승하며 2019년 4월 17일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다만 2일엔 최근 금리 급등 부담, 한은의 국채 매입 가능성 등으로 10~30년물 국고채 금리가 전날보다 0.034~0.045%포인트 하락했다.
국고채 장기물 금리가 이렇게 상승한 것은 경기 요인보다는 수급 상황이 좌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본격화한 영향이다. 4차 재난지원금 규모가 전 국민에게 줬던 1차(14조2000억원)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부가 재원 마련을 위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확산한 결과다.
특히 적자국채가 3년 이하 단기물보다는 10년 이상 장기물에 집중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면서 장기물 금리가 상대적으로 더 많이 뛰고 있다. 이에 따라 10년 만기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 간 격차(장단기 국채 스프레드)는 지난 1일 기준으로 0.809%포인트로 커졌다. 2011년 3월 24일(0.81%포인트) 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한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은은 작년 3월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면서 경기부양 등을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끌어내렸지만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그 효과가 반감되고 있어서다. 한은은 작년에도 국채 11조원어치를 사들였지만 시장금리를 안정화하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정부가 국채 발행 확대로 시장금리를 밀어올려 민간의 소비·투자 활동을 위축시키는 ‘구축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시장이 불안해지면 언제든 국채 매입에 추가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지난달 발표한 ‘2021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국채 수급 불균형 등으로 장기 시장금리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국채 매입을 늘릴 것”이라며 “필요할 때 국채 매입 시기·규모 등을 사전에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이날 “국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시장이 불안해질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의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이 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정부와 여당의 재난지원금 지급을 지원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놓고 자칫 ‘부채의 화폐화(중앙은행이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 논란이 불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