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네이버에 경력으로 입사한 A씨는 한때 스타트업에서 일했다. 그는 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병역특례를 마치고, 스타트업 대신 대기업 계열의 IT 서비스 기업에 취업했다. 네이버는 그의 네 번째 직장인 셈이다. A씨는 “스펙이 부족해 신입으로 들어오긴 어려웠을 것”이라며 “그동안 쌓은 경력과 직무능력 덕분에 꿈에 그리던 회사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에서 수시채용은 일상이 됐다. 끊임없이 파생되는 신사업에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채용이 쉴 새 없이 이뤄진다.
네이버의 지난해 채용 인력(진행 중인 경력공채 제외)의 72%는 수시채용으로 선발됐다. 신입 직원은 38%가 수시채용으로 입사했다. 경력직의 수시채용 비중도 55%에 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성장세가 가팔라지면서 공채만으로 회사를 유지하고 운영할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전했다.
수시 및 경력채용이 대세가 된 두 기업에는 여러 기업을 거친 직원이 유독 많다. 스타트업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에 바로 취업하기 어려운 만큼 개발자들은 스타트업에서 수년간 경험을 쌓아야 기회가 생긴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인재 확보를 위해 스타트업을 통째로 사들이는 일도 흔하다.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인 ‘애크하이어(acqhire)’로 불린다. 네이버는 지난해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비닷두(V.DO)를 인수했다. 비닷두는 서울대 석·박사 출신들이 설립한 컴퓨터 비전 분야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비닷두 출신은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여러 웹툰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네이버가 2017년 인수한 AI 스타트업 컴퍼니AI도 비슷한 사례다. 컴퍼니AI 출신 개발자들은 네이버의 AI 플랫폼인 ‘클로바’의 대화형 엔진을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는 신입 공개채용은 지속할 방침이다. IT 개발자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대학이나 대학원을 갓 졸업한 인재를 꾸준히 선발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AI 분야 등에서는 IT 기업들이 대학원의 동아리 행사까지 후원하면서 실력있는 학생을 채용하기 위해 졸업 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