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 작년 23조 벌어…투자 수익률 13.7%

입력 2021-02-02 17:19
수정 2021-02-03 00:40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2년 연속 해외 투자로 두 자릿수 수익률을 달성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 이후 글로벌 증시와 자금시장이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투자로 운용자산을 30조원 가까이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최희남 KIC 사장(사진)은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코로나19 충격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총 218억달러(약 23조7000억원)의 투자수익을 올려 수익률 13.7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KIC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이 보유한 외화를 위탁받아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국부펀드다. 2019년 15.39%에 이어 2년 연속 두 자릿수 수익률을 냈다. 벤치마크(투자성과 비교지수) 대비 상대수익률도 1.44%포인트 초과해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자산 유형별로는 주식(투자 비중 42.7%)과 채권(35.2%) 등 전통 자산에서 14.62%의 수익을 올렸다. 해외 주식으로는 19.16%, 채권으로 9.88%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일부 연기금이 지난해 해외 채권으로 손실을 보거나 극히 낮은 수익률을 내는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특히 채권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것으로 평가된다.

사모주식, 부동산, 인프라, 헤지펀드 등 투자 비중이 15.3%인 대체투자 부문에선 2009년 이후 연환산 7.7%의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고 최 사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KIC의 총 운용자산은 2019년 말 1573억달러(약 171조원)에서 지난해 말 1831억달러(약 200조원)로 1년 만에 258억달러(약 29조원) 불어났다. 최 사장은 “지속적인 투자 수익 창출과 운용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KIC의 자산운용 규모는 세계 국부펀드 중 14위에 그치고 있다”며 “세계 10대 국부펀드로 도약하기 위해 신규 위탁기관을 적극 발굴하고 운용 수익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KIC는 올해 △해외 공동투자 시스템 구축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책임투자 강화 △차세대 투자전략 수립 등 3개 과제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부펀드로서 KIC가 보유한 풍부한 해외 투자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기관투자가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할 방침이다. KIC는 지난해 7월 농협중앙회와 함께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 공동투자하기 위해 출자금 4억달러 규모의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올해는 공제회·중앙회로부터 투자금을 위탁받아 해외 투자에 나서는 새로운 방식도 추진한다.

투자 의사결정 전반에 걸쳐 ESG 기준의 적용을 강화하는 방안도 내놨다. ESG 기준에 따라 특정 자산의 투자 비중을 조정할 뿐 아니라 기준 이하 자산은 투자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에 사무소를 설치해 ‘KIC 벤처투자 프로그램’을 통한 해외 벤처 투자도 강화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ESG 기준의 적용을 강화하는 것은 투자 리스크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며 “ESG 책임투자와 벤처기업 등 대체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