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부산 민심에…'한일 해저터널' 카드 꺼내든 김종인

입력 2021-02-01 15:21
수정 2021-02-01 15:29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가덕도와 일본 규슈 지방을 잇는 해저터널 건설까지 언급했다. 가덕도 신공항과 관련해 애매한 태도를 보여온 국민의힘 지도부가 처음으로 찬성 입장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부산시당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보궐선거 후보 6명이 참석했고, 지역구 의원들도 합세했다.

김종인 위원장이 회의에서 발표한 프로젝트의 핵심 내용은 '가덕도 신공항 메시지'다. 신공항 사업에 대한 '적극 지지' 입장을 밝혔고, 관련 특별법도 여당과 합의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막대한 고용 효과와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스마트 공항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술과 민간 자본이 대거 투입되는 환경을 위해 법적·제도적 장치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인 위원장은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해저터널 사업에 대해 "일본에 비해 월등히 적은 재정부담으로 생산 부가효과 54조5000억원, 고용유발 효과 45만명에 달하는 엄청난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가덕도와 일본 규슈를 잇는 해저터널을 뚫어 부산이 '하늘길·바닷길·땅길'의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비전이다. 여기에는 가덕도 신공항을 들고나온 더불어민주당의 '부산 공략'에 맞대응하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두 차례나 부산을 찾아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여당 단독으로라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민주당의 신공항 추진과 맞물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으로 부산·경남·울산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일주일 새 7%포인트나 빠졌다.

애초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으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구도에서 국민의힘 내부에는 선거를 낙관하는 기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판세가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번지는 상황이다. 지지율 하락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종인 위원장이 직접 부산을 방문해 한일 해저터널 카드라는 파격 공약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신공항 문제를 놓고 당내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의 이견이 당력 분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쐐기를 박겠다는 의미도 담겼다. 특별법에 비판적이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임시국회 개원을 이유로 부산 비대위에 불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지역구는 대구 수성갑이다.

부산시장 후보들은 김종인 위원장의 지지 선언을 반기면서 이제부터라도 신공항 문제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경쟁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박민식 후보는 "김종인 위원장의 부산 방문이 일회성이 돼선 안 된다"며 "가덕도 앞바다에 천막을 쳐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후보는 "가덕 공항이 민주당 공항, 정치 공항이 되면 실패한다"며 "경제 공항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후보도 "민주당은 혹여라도 이번 선거만 잘 넘기면 된다고 생각하지 말라"며 "끝까지 목숨 걸고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