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선행지표인 인허가 건수가 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 건설실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주택 인허가 건수는 총 45만7514건으로,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5년간 평균치보다 3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통상 주택은 사업 인허가를 받은 시점부터 입주 때까지 3~4년이 걸린다. 당장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입주 물량도 올해와 내년 추산 규모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마당이다. 인허가 물량마저 급감해 버렸으니, ‘공급절벽’ 장기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더 커지는 것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동안 전문가들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으로 인한 ‘공급 부족’ 부작용을 꾸준히 지적했지만, 정부는 “지나친 우려”라며 무시해왔다. 전국에 빈집이 152만 채(2019년 기준)에 달하는 실상을 외면한 채 명목상 104%라는 주택보급률에만 매몰돼 고집을 피운 것이다. 매년 꾸준히 공급을 늘려도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집값 잡기가 쉽지 않았을 판이다. 그런데도 엉뚱한 진단으로 규제 일변도 정책을 밀어붙여 지금은 상당수 서울·수도권 지역 전용면적 84㎡ 아파트 가격이 15억원 이상으로 치솟아도 손 쓰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공급 부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번주 특단의 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국민 불안을 일거에 해소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언이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늘릴 수 있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완화를 완전히 배제한 것만 봐도 그렇다. “매매를 기피할 정도로 과도한 세금을 낮춰야 매물이 늘 것”이라는 게 그동안 전문가들이 누누이 강조한 바다. 중과세 정책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부터 3년가량 공급난이 이어질 공산이 큰데,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다.
현 정부 들어 24번의 대책을 거치면서 수요자들은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을 예고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투기 엄단’이란 허상에 갇혀 안이한 공급 대책을 내놓았다가는 또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거래를 활성화하는 진짜 ‘특단의 공급 대책’이 아니라면, 부동산 대책이 25번에서 멈추리란 보장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