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가상자산(암호화폐) 비트코인 시세가 29일 19% 가까이 급등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가 트위터 계정 프로필에 'bitcoin(비트코인)' 해시태그를 추가한 직후 급상승해 업계에선 '머스크 효과'로 해석하고 있다.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50분 3만2000달러(약 3574만원)에 머물던 비트코인 시세는 머스크 CEO가 트위터 프로필에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추가한 뒤 돌연 급등, 한 시간 만에 37990달러(약4243만원)까지 치솟았다. 머스크 한마디에 비트코인 19%·도지코인 800%·게임스탑 60% 폭등머스크 CEO의 말 한마디에 특정 자산의 시세가 급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6일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게임스통크!!(Gamestonk!!)'라는 단어를 트윗한 이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기업인 게임스톱의 주가가 시간 외 거래 시장에서 60% 넘게 상승했다.
스통크(stonk)는 '맹폭격'이라는 의미로, 머스크 CEO가 당시 공매도 세력에 맞서 게임스톱 주식을 매수하던 개인투자자들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28일(현지시간)에는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화) 코인으로 잘 알려진 도지코인(Dogecoin)이 머스크의 옹호 발언 이후 급등했다.
게임스톱 주가 폭등의 배후로 지목된 미 투자자 커뮤니티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가 이날 도지코인을 주목하기 시작하며 시세가 상승한 가운데 머스크 CEO가 트위터에서 패션잡지 '보그(Vogue)'를 패러디한 '도그(Dogue)'사진을 올리며 불을 붙였다.
이후 도지코인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지며 하루동안 800%가량 치솟아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 내 시가총액 7위(약 10조 3775원)까지 치고올라왔다.
일론 머스크가 언급한 자산들의 가격이 연이어 급등하자 여기에 투자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열광하고 있는 반면 공매도 세력에게는 그야말로 '악몽' 같은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시세 하락에 배팅했던 공매도 세력들에게 잇따라 큰 손실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게임스톱 주식을 대거 공매도 해온 유명 투자사 멜빈 캐피털은 이번 게임스톱 주가 폭등으로 조 단위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손실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멜빈 캐피털은 해당 손실로 인해 시타델과 포인트72로부터 총 27억5000만달러(약 3조300억원)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았다.
29일에는 머스크 CEO가 프로필에 비트코인 해시태그를 추가한 직후 시세 급등으로 인해 주요 비트코인 선물거래소에서 8648만달러(약 965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쇼트(공매도) 포지션이 강제 청산 당하기도 했다.
그가 이끌고 있는 테슬라도 지난해부터 주가 급등이 이어지며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금융정보 분석업체 S3파트너스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테슬라를 공매도한 투자자들은 401억달러(약 44조6000억원)의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됐다.'공매도 혐오' 일론 머스크, 미국 개미 선봉장 부각지난 28일 머스크 CEO는 트위터에 "소유하지 않은 집이나 자동차는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은 팔 수 있다는게 말이 되느냐"며 "공매도는 사기"라고 썼다. 주식과 가상자산 열풍이 계속되면서 공매도 세력과 개미 군단의 싸움이 연일 화제가 된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머스크 CEO가 게임스톱, 도지코인, 비트코인 등을 지목하며 시세 급등을 유발한 것도 개미 군단에게 의도적으로 '지원 사격'을 해주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테슬라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던 시절 공매도 세력들과 장기간 사투들 벌였던 역사가 있는 만큼, 그가 이번 사태 속에서 공매도 세력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개미들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한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머스크 CEO의 '공매도 혐오'는 세간에 잘 알려져 있다. 2018년 머스크 CEO는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테슬라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 주가 상승을 유도했다가 주가조작 혐의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게 고발당해 2000만달러(약 223억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