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너럴모터스(GM)가 2035년부터 전기자동차만 생산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한다. 미국 주요 자동차 기업이 구체적인 시기까지 정해 전기차 사업으로의 전환을 발표한 최초 사례여서 주목된다.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메리 배라 GM 최고경영자(CEO)는 28일(현지시간) 자신의 링크트인 페이지를 통해 “GM은 2035년까지 차량 라인업을 모두 전기차로 채울 것”이라며 “이를 통해 204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035년부터는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는 승용차를 비롯해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만 생산한다는 것이다. 화석연료 차량 사업은 상업용 대형 트럭만 남기기로 했다.
배라 CEO는 “GM이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생산·판매하는 자동차를 모두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으로 바꾸는 것이 필수”라며 “현재 GM의 총 탄소배출량 중 75%가 판매 차량의 배기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GM의 주력 차종인 대형 픽업트럭과 SUV 등은 연료 효율이 낮은 편이고 탄소배출량이 많다. 시장정보업체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 시장에서 팔린 GM 차량의 평균 연비는 18개 주요 자동차 기업 중 14위에 그쳤다.
GM은 전기차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2025년까지 최소 30종의 신형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다. 2025년 말엔 미국 시장에 내놓는 자동차의 약 40%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다. 배라 CEO는 이날 생산 과정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도 기존보다 5년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2030년부터는 미국 내 생산시설을, 2035년부터는 세계 모든 GM 시설을 재생에너지로만 가동할 방침이다. “세계 전기차 전환 속도 붙을 것”전문가들은 GM이 큰 변화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기존 GM 매출과 수익의 98%가 화석연료를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 비영리 연구기관 오토모티브리서치의 크리스틴 지체크 부소장은 “단일 공장시설을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 생산시설로 바꾸는 데만 수십억달러가 든다”며 “이를 2035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것은 공격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이 전기차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난관이 여럿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자동차 수요가 많은 미국 중서부와 남부에 전기차 충전시설이 부족한 게 문제로 꼽힌다. 휘발유·디젤차보다 전기차 가격이 비싸다는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배라 CEO는 “GM이 자체 개발한 울티움 전기배터리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전기차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고 했다. GM은 작년을 포함해 5년간 전기차와 관련 제품 R&D에 270억달러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배터리 가격을 60%까지 낮추고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할 계획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한다. GM은 한국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오하이오주에 23억달러를 투입해 공장을 짓고 있다.
GM의 이번 발표는 다른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전환도 부추길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독일 폭스바겐이 2030년까지 전 차종에 전기차 모델을 도입하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인 독일 다임러가 2022년까지 벤츠 각 차종에 대해 전기·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정도다. WSJ는 “GM의 발표로 세계 자동차업계의 전기차 전환이 예상보다 훨씬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BC캐피털은 “GM의 목표치를 반영하면 2035년까지 세계 전기차 보급률이 43%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