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조수빈 기자][한경잡앤조이=조수빈 기자] 경기도 7급 공무원 임용 후보자가 과거 일간베스트 사이트에서 미성년자 성희롱, 몰카 등과 관련된 글을 올린 것이 발각돼 임용자격이 박탈됐다. 대전 9급 공무원 역시 커뮤니티에서 특정 걸그룹을 대상으로 악플을 달았다는 혐의를 받고 수사를 받고 있다. 공무원, 기업 입사를 준비 중이던 취업준비생들도 자신의 과거 흔적을 뒤돌아보고 이를 지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 청원에서 시작된 제보가 확산되자 각 도와 시는 수사와 함께 강경 대응을 약속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철저히 조사해 사실로 확인되면 임용 취소는 물론 법적 조치까지 엄정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실제로 임용 자격이 박탈되거나 징계를 논의하는 사례가 나오자 취준생들 사이에서도 자신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방법으로 ‘디지털 세탁소’를 찾고 있다.
“과거 흔적이 내 발목 잡을까” 디지털 세탁소 찾는 취준생들
현재 프리랜서 모델로 일하고 있는 김 모(23)씨는 선배로부터 “철없을 때 썼던 글들이 생각보다 많더라. 논란이 될 수 있어 미리 검색하고 지우고 왔다”는 경험담을 들었다. 김 씨가 직접 자신의 개인 정보로 검색해본 결과, 기억도 나지 않는 연예인 악플과 문제가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글들을 확인했다. 또한 모델 지원을 위해 공개된 장소에 주소, 휴대폰 번호까지 업로드했던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김 씨는 황급히 관련된 부분을 지웠지만 이미 운영이 종료된 사이트나 글을 지우기 전 탈퇴한 곳은 삭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김 씨는 최근 디지털 세탁소에 의뢰한 후 노출된 개인 정보를 지워야 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임 모(27)씨 역시 마찬가지다. 임 씨는 최근 있었던 사건들로 인해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에서도 충분히 특정인을 추려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연예인 갤러리에서 특정 연예인을 수차례 비난했던 임 씨는 뒤늦게 게시물을 삭제했지만 여전히 연예인 검색 시 자신의 게시글이 뜨는 것을 발견했다.
임 씨는 “디지털 세탁소에 관련 정보 삭제를 요청한 후 커뮤니티 활동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공무원과 관련된 이슈가 여러 차례 문제가 되며 각 시, 도에서도 입사 시 확인 절차를 따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반영된 것이다.
디지털 세탁소 “개인의 잊힐 권리, 악용은 말아야”
가장 많이 찾는 수단은 디지털 세탁소다. 디지털 세탁소의 메인 서비스는 인터넷상에 퍼져있는 개인 정보들을 찾아 삭제해 주는 서비스다. 산타크루즈컴퍼니는 국내 최초로 디지털 세탁소를 설립한 후 개인의 ‘잊힐 권리’를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컴퍼니 대표는 “취업 시즌, 여름휴가 이후, 명절 이후, 연말·연초에 서비스 문의가 몰리는 편”이라며 “실제로 관련 이슈가 있는 시점에는 취업 관련해 자신의 데이터를 보고 싶다는 문의가 3배 정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연령대별 가장 많은 문의는 10대다. 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름, 휴대폰 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얼굴, 목소리까지 모든 ‘개인 정보’를 삭제해준다. 대부분의 이용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개인 정보까지 노출돼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였다. 삭제된 정보는 해당 사이트 캡쳐와 같은 정보가 없다면 복원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개인 정보를 삭제하고 일명 ‘신분세탁’을 하려는 사람들의 악용의 소지는 없을까. 산타크루즈컴퍼니는 작업을 선별해서 받지는 않는다. 실제로 N번방 사건이 공개된 이후 산타크루즈컴퍼니가 받은 개인 정보 삭제 문의는 대폭 증가했다.
김 대표는 “디지털 장의사는 개인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는 직업이기는 하다. 하지만 N번방과 같은 사건의 가해자 정보까지는 보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타크루즈컴퍼니는 악용될 소지가 있는 사건들을 분석하고 현재는 ‘위법’사항이 아니라면 정보 삭제 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노출된 개인정보로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까지 고통을 받고 있는 피해자분들도 많다. 그런 분들을 위해 저희 서비스가 계속해서 운영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이 있다면 흔적을 지워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군가가 계속해서 흔적을 남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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