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29일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사전회생계획안)을 공식화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전일 350여개 협력업체로 구성된 쌍용차협동회 비상대책위원회와 긴급회의를 열고 P플랜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P플랜은 미리 회생계획안을 내고 법원이 기존 빚을 줄여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해 이른 시일 내 법정관리를 끝내도록 하는 제도다. 쌍용차는 4월 말까지 P플랜은 끝낸다는 방침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며 험악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협동회는 지난해 10월부터 받지 못한 대금이 50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예 사장이 29일 만기가 도래하는 2000억원 상당의 어음 지급을 미뤄달라고 요구한 탓이다. 협력업체들은 쌍용차가 살아남아야 대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다는 판단에 어음 유예를 동의했다.
협력사 관계자는 "P플랜에 돌입하면 유예 어음의 일부는 받을 수 있다"면서도 "1월과 2월 부품 대금이 제때 지급되지 않으면 협력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쌍용차는 협력사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2월부터 차량 판매 대금을 받아 일주일 단위로 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회의에서 예병태 쌍용차 사장은 "내일부터 HAAH오토모티브와 P플랜으로 가려고 하며 현재 계약서 문구를 협상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주주인 마힌드라가 협상장을 떠난 만큼, 직접 HAAH오토모티브와 매각 협상을 한다는 것이다.
마힌드라는 보유한 쌍용차 지분 75%를 모두 매각하길 원했다. 쌍용차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연체한 300억원을 대신 상환하는 성의도 보였지만, HAAH와 산업은행은 최소 20%의 지분을 보유하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마힌드라는 매각 협상 자체를 포기했다. P플랜이 추진되면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투자한 7000억원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이 역시도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의 시선도 남았다. HAAH는 51% 수준의 쌍용차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2억5000만 달러(약2800억원)의 대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채 해소와 신규 투자를 추진하려면 1조원 가량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회생 방안과 추가적인 투자금 확보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돈만으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잠재적 투자자와 협의해서 사업의 존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의 협상 결과를 가지고 사업성 평가를 제시해달라. 평가가 부족할 경우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