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다 돈을 벌었다는데 저만 왜 다 파란색이죠?”
올해 증시에 뛰어든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고민에 빠졌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가파르게 올랐지만 체감 수익률이 높지 않아서다. 실제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률은 10명 중 3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형주가 이끄는 장세에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를 통해 올해 종목별 수익률을 살펴본 결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종목 770개(거래정지 종목 등 제외) 가운데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 상승률 8.67%를 넘어선 종목은 274개에 불과했다. 전체의 70%에 달하는 496개 종목이 지수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 셈이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도 243개나 됐다. 코스피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지만 개미들의 체감수익률이 이에 못 미쳤던 이유다.
올해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종목은 성안이다. 이재명 경기지사 테마주로 분류되며 172.91% 급등했다. LG하우시스의 자동차 소재 사업을 인수키로 한 현대비앤지스틸도 불과 며칠 만에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며 올 들어 117.33%나 뛰었다. 시가총액이 1조원이 넘는 종목 가운데선 현대위아(77.57%), 금호석유(55.17%), 한화에어로스페이스(49.47%), SK이노베이션(47.89%), 효성첨단소재(45.64%) 등이 두각을 나타냈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수익률 상위 종목과 달랐다.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은 네이버, SK, 금호석유, LG이노텍, KT 순이다.
지난해 개미들이 선호했던 종목 가운데 하나인 신풍제약은 올해 가장 추락한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신풍제약 주가는 올 들어서만 27.74%나 빠졌다. 인바이오젠(-26.76%), 유나이티드제약(-20.63%), 제일약품(-20.69%), 일양약품(-20.06%) 등 바이오업체들이 줄줄이 하위권에 포진했다.
대형주 위주 장세가 지속되면서 코스닥지수는 연초 대비 1.81%밖에 오르지 못했다. 그 덕에 전체 1389개 종목 가운데 56.01%인 778개가 코스닥지수를 웃돌았다. 다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478개(34.41%)로 코스피(31.56%)보다 그 비율이 높았다.
고수익을 낸 종목도 코스닥 업체들이 더 많았다. 수산아이앤티는 올해 301.52%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토탈소프트(219.68%), 데브시스터즈(171.97%), 한국파마(165.32%), 인터파크(112.09%) 등 100% 이상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6개나 됐다.
수익률 꼴찌는 오스코텍(-36.05%)이었다. 진매트릭스(-34.10%), 엔투텍(-32.67%) 등이 뒤를 이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CIO)은 “일부 대형주가 지수 상승을 이끌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주도주들이 이끄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