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엘리트가 독점했던 사법 권력을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게 진정한 ‘개혁’입니다. 변호사들의 직역 수호를 이끌고 배심제를 적극 도입해 변화를 이뤄내겠습니다.”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 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종엽 신임 협회장(사법연수원 18기·사진)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변협은 ‘법조 3륜’(법원·검찰·변호사회)의 한 축인 변호사들을 대표하는 국내 최대 변호사 법정단체다.
이 신임 협회장은 1987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제28회 사법시험을 통과한 35년 경력의 법조인이다. 1989년 연수원 수료 이후 인천지방검찰청과 창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했다. 변호사 개업 이후에는 인천지방변호사회 회장, 대한변협 이사, 변호사직역수호단 공동 대표를 지냈다.
무엇보다 이 협회장은 ‘지속가능한 변호사 시장’을 형성하는 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감축하기 위해 대한변협이 직접 나설 것”이라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도입되면서 변호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이미 수요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조기 은퇴하는 변호사가 늘었고 청년 변호사들도 경제 불황에 내몰리며 사회적으로 인재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치러진 변호사시험의 전체 합격생은 1768명. 10년 전 1만 명가량이던 전체 개업 변호사 수는 지난해 2만3000여 명까지 늘었다.
이 협회장은 늘어난 변호사들의 ‘직역 수호’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무사 등 전문자격사는 연간 배출되는 법조인 수가 300~400명대에 불과하던 수십 년 전, 부족한 법률 서비스를 충족하기 위해 등장한 직군인데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며 “새롭게 송무 시장에 뛰어드는 젊은 변호사들의 일거리 창출과 국민의 선택할 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직역 수호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말했다. 변호사업계는 세무·노무 업무를 둘러싸고 이들 전문자격사 단체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협회장은 배심제 확대 도입도 주장했다. 배심제는 일반 시민이 재판에 참가해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지는 ‘소배심제’뿐 아니라 검찰이 피의자를 기소하는 단계에서도 일반인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배심제’까지 포함한다. 이 협회장은 “대륙법 체계를 따르는 현행 법제에 영미법에 근간을 둔 로스쿨 제도가 들어서면서 법조 시스템 전반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배심제를 확대 도입하는 게 현행 흐름에 맞을 것”이라고 했다.
검찰개혁,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이슈와 관련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 돼야지 정권을 위한 조직이어선 안 된다”며 “공수처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무용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회장은 2023년 1월까지 2년간 직무를 맡는다. 대한변협회장에겐 대법관, 검찰총장, 공수처장 등을 추천할 권한이 주어진다. 그는 “법리에 따라 공명정대한 판단을 내릴 인물을 신중하게 추천해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약속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