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머니이스트-존리와 함께 가는 주식여행] 3000이라는 숫자의 의미

입력 2021-01-28 19:04
수정 2021-04-06 18:18

코스피 3000시대를 맞이했습니다. 많은 미디어에서는 주가지수 3000에 대한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한편에서는 버블이라고 하면서 이제는 팔아야 할 때라고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대가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증시는 상승할 것이라고 합니다.

양쪽 진영 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이 말을 들으면 그런 것 같고 저 말을 들으면 또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유튜버들은 3000을 돌파한 것이 마치 동학개미의 승리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는 주식투자를 마치 전쟁을 치르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버블이냐 아니냐의 논쟁을 하는 것보다 휠씬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하고 계속 성장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하락을 할 것이냐의 논쟁은 주식투자를 아직도 사고 파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 하다는 뜻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사자마자 언제 팔 것을 고민합니다. 사고 파는 타이밍을 맞추는 것이 주식투자의 본질로 이해하면 주식투자는 마치 제로섬인 것처럼 보입니다.

주식의 본질은 사고 파는 기술이 아닙니다. 기업가치가 장기적으로 주식가격에 반영되게 되어 있고 기업가치의 상승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주식은 기업의 지분이고 주식을 사는 것은 지분을 취득하는 행위입니다. 사람들은 좋은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려고 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내 자본이 가장 열심히 일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됩니다.

2020년은 한국의 자본주의 역사가 진일보한 해로 기억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도박이라고 치부하는, 잘못된 편견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어린아이부터 연세가 지극하신 분들까지 주식투자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 합니다.

학교에서도 금융강연 요청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코스피가 3000까지 가파르게 올라간 것을 우려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할 점은 10년 혹은 20년 후의 코스피입니다. 미국처럼 한국의 증시가 10000 혹은 20000이 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일입니다.

주식시장이 호황이면 좋은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인수합병(M&A)이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개인들은 노후준비에 큰 도움이 되고 빈부격차도 크게 해소 될 수 있습니다. 경영진도 더 큰 부자가 됩니다.

따라서 3000이라는 숫자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지속적인 금융교육, 기업지배구조, 세법, 퇴직연금과 연금펀드 제도 등의 개선을 통해 한국기업에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지도록 해야합니다. 한국 주식시장이 버블로 끝나지 않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존리 메리츠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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