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광폭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SK그룹으로부터 프로야구단을 인수하기로 한 데 이어 28일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글로벌투자책임자)와 전격 회동했다. CJ, 빅히트 등 콘텐츠 기업과 연합해 ‘판’을 글로벌 규모로 키우고 있는 네이버의 전략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강희석 이마트 대표와 함께 이날 판교에 있는 네이버 본사를 방문했다. 네이버쇼핑을 책임지고 있는 한성숙 대표가 영접했고, 곧바로 회의실로 이동해 이해진 창업자와 1시간가량 의견을 교환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정 부회장 자택이 판교여서 이해진 창업자뿐 아니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 정보기술(IT), 게임업계 비슷한 나이의 창업자들과 종종 만나 왔다”며 “이번 미팅도 서로 생각을 교환하기 위한 차원 이상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유통 및 재계에선 단순한 만남 이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네이버가 빅히트, YG와 함께 거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을 구상 중인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작년 하반기 CJ그룹과 지분 교환 방식으로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CJ ENM의 ‘콘텐츠 파워’와 CJ대한통운의 ‘물류’를 네이버와 결합하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총매출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15조원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실적 방어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내수기업’이란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미국 현지법인 PK리테일홀딩스를 통해 현지 유통기업 굿푸드홀딩스를 3075억원에 인수했다. 작년에도 현지 식품 소매점 ‘뉴시즌스 마켓’을 3236억원에 추가 인수하며 해외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몽골, 필리핀에도 진출해 있다. 그러나 2018년 중국에서 철수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업계에선 신세계와 네이버 간 전략적 제휴가 이뤄진다면 한류 팬덤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동맹 참여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팸 플랫폼에 커머스(결제) 기능을 얹으면 글로벌 유통 업체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네이버로서도 물건을 소싱하고 판매하는 데 전문가인 신세계의 경험과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두 그룹 간 제휴가 이뤄진다면 분명한 윈윈 모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에선 신세계와 네이버가 경쟁 관계라는 점도 해외 진출 동맹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네이버가 지난해 홈플러스, GS리테일 등과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선식품 유통에 뛰어들었을 때도 SSG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참여를 거부했다.
박동휘/김주완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