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은 근본적으로 위험한 존재다. 디지털화폐(CBDC)는 중앙은행만이 발행해야 한다.”
은행들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국제금융기구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이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건전한 통화가 시장경제의 핵심이며 중앙은행들만이 건전한 통화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1월 27일 미국 후버연구소 강연에서 “비트코인 공급량이 최대치인 2100만 코인에 다가가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주요 공격에 취약한 만큼 완전히 붕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게끔 설계한 스테이블 코인도 문제를 안고 있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거버넌스 문제와 자산 지원 유지의 책임이 민간 기업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가상화폐 디엠(옛 리브라) 등이 대표적인 스테이블 코인이다. 카르스텐스 사무총장은 “만약 디지털화폐가 필요하다면 중앙은행들이 발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통 금융맨’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여전히 많은 의구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 역시 가상화폐는 불안정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베일리 총재는 1월 25일 다보스포럼 회의에서 “가상화폐가 안정적인 가치를 지닌 지급 수단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모든 질문은 결국 은행이 가상화폐를 명목화폐로 볼 수 있을 것인지의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설계·관리·준비에 도달한 가상화폐가 있느냐”며 “솔직히 말해 그런 가상화폐는 없고, 공식에 맞지도 않는다”고 했다.
BIS가 65개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분의 1을 대표하는 중앙은행들이 3년 안에 독자적인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의 86%는 CBDC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있다고 답했다. 선진국보다는 개발도상국 중앙은행이 CBDC를 발행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앙은행 가운데 단기 또는 중기적으로 “CBDC 발행이 가능하다”고 밝힌 곳은 20%에 그쳤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