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 매년 국가별로 '커피대사'를 뽑는다. 자국 스타벅스를 대표하는 최고의 바리스타들이다. 이들에게는 특전이 주어진다. 임기 1년 동안 서울 본사에서 커피 전문가로 활동하며 전체 바리스타 대상 교육을 맡는다. 전 세계 스타벅스 커피대사들과 교류하고 커피 원산지를 탐방할 기회도 갖는다.
한국에서도 1만8000여명의 스타벅스 바리스타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올해 17대 스타벅스 커피대사로는 6년차 바리스타 전주이(24·왼쪽), 김성은(31) 씨가 선정됐다.
응시자들은 커피를 주제로 커피 지식을 검증하는 필기시험, 커피를 주제로 한 스토리텔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해법을 제시하는 프레젠테이션, 커피 원두 감별테스트 등의 관문을 통과했다. 전 씨는 죽전이마트점과 용인에버랜드점에서, 김씨는 서울 종로점과 신촌역점에서 근무했다. 두 사람 모두 우연하게 빠져든 커피의 매력 때문에 인생의 진로마저 바꿨다.
전씨는 대학교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학부 1학년 여름방학 때 식음료 관련 경험을 쌓기 위해 스타벅스와 처음 인연을 맻었다. 잠깐만 일하겠다고 다짐했던 스타벅스는 결국 그의 직장이 됐다. "원두나 커피 음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손님들과 얘기를 나누는게 너무 즐거웠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테이블 영업을 못했지만 오히려 손님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다. 홈카페 열풍이 불면서 원두나 스틱커피를 추천해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전씨는 한국서는 비인기 메뉴인 '에스프레소' 를 어떻게 더 대중들의 기호에 맞게 제공할 지 대안을 제시해 프레젠테이션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씨는 국내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신학 박사학위를 따기 위해 유학을 준비 중이었다. 카페 공간을 좋아했던 그는 유학을 준비기간 동안 잠시 스타벅스에서 일했다. 스타벅스가 그의 유학길을 붙잡을 줄은 그도 몰랐다고 했다.
김씨는 "일을 하다보니 사내에 커피로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많아 너무 재미있었다"며 "유학을 포기한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그보다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장 내 테이블을 운영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홈카페를 즐기는 법, 매장 내 동료들과 소통하는 법 등을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해 심사위원들로부터 공감을 얻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