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시작됐나, 원·달러 환율 상반기 1140원 간다[분석+]

입력 2021-01-28 12:19
수정 2021-01-28 12:21
원·달러 환율이 28일 장중 10원 넘게 오르며 1110원대로 올라섰다. 달러 가치가 오르며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간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달러 강세를 불러왔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고 국내 기업의 수출 개선이 원화 강세로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중 1115.4원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23일 이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경기 우려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파월 의장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코로나19 사태가 아직도 경제에 상당한 위험요인을 제공하고 있다"며 "매우 불확실하고, 앞으로도 힘든 시기가 남아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회복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한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부터다. 국내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2월 1200원까지 치솟았고, 3월에는 장중 1296.0원까지 뛰었다. 정부가 3월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변동성은 계속됐다.

지난해 12월 들어서 원·달러 환율은 1100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추가 부양책이 도입될 수 있다는 기대로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졌다. 여기에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등했고, 원화가치를 끌어올렸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증시 조정에 따른 외국인 동향과 위안화 환율에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 미국 경기 부양에 따른 수혜 등 원화에 대한 긍정적 시각이 우세하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계속될 수 있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 흐름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며 "지난해 12월 국내 수출 실적이 호전되는 등 수출 지표 개선과 제조업 재고율이 개선됐고,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고 있는 부분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달러 강세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유럽보다 좋았지만 Fed의 통화 정책으로 달러화 가치는 유로화보다 약했다"며 "올해 Fed가 달러화 가치를 높이기 위한 긴축 신호를 보내면 달러 강세가 촉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국내 의료품과 공산품의 수출 효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했지만 코로나19 백신 보급 등으로 관련 효과가 줄어들면서 원화 가치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 연구원은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114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윤진우/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