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배신'…분리배출 플라스틱, 쓰레기장으로 보내졌다

입력 2021-01-28 12:00
수정 2021-01-28 12:16

환경부는 생산단계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폐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생활폐기물 탈(脫)플라스틱 대책’을 수립했지만, 정작 분리수거된 재활용품이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매립될 경우 다양한 경로를 거쳐 미세플라스틱 형태로 인체에 축적돼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8일 한국소비자원이 충청북도 소재 4개 재활용품 선별시설을 조사한 결과, 소비자가 분리배출한 재활용 가능 자원 중 일부 재질이 선별되지 않고 매립·소각되고 있어 재활용률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성수지 재질 포장재 중 페트 시트류, 폴리스티렌페이퍼(PSP), 기타·복합재질(OTHER)은 재활용의무대상 포장재임에도 조사대상 4개소 모두 선별하지 않고 있었다. 용도·형태가 유사한 포장재에 다양한 재질이 사용돼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공정에서 재질 구분이 어려워 선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선별되지 않고 매립·소각되는 잔재물을 확인한 결과, 페트 시트(PET sheet)류인 테이크아웃 컵(페트·PP), 음식 용기(페트·OTHER) 등은 재질 구분이 힘들어 선별되지 않았다. 색이 있는 폴리스티렌 페이퍼(PSP)는 재생원료의 품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로, 기타·복합재질(OTHER)은 재활용이 불가능해 선별되지 않고 있었다.



단독주택에서 수거한 재활용품을 처리하는 공공선별시설 4개소에서 근무하는 작업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8명(76%)이 미선별 잔재물의 발생 원인과 관련해 ‘선별인력에 비해 반입량이 지나치게 많아 재활용이 가능한 잔재물이 많이 발생된다’고 답했다. 선별하기 힘든 분리배출유형으로는 29명(58%)이 ‘세척되지 않아 이물질·오물 등에 오염된 경우’라고 답변했다.

선별 작업자들은 소비자들이 지켜야 하는 분리배출 요령으로 ‘스티로폼박스의 테이프와 운송장 제거, 내용물 비워 배출’, ‘비닐 안에 쓰레기 담아 버리지 않기’ 등을 제시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각 지자체들이 실정에 맞게 재활용품 수거체계를 개선하고, 소비자들이 재활용 가능자원의 분리배출 시 이물질·오물 등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도록 배출요령에 대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부에 △분리배출 대상품목 재질의 통일·규격화 및 재활용률 제고 방안 마련, △단독주택 지역의 재활용품 수거체계 개선 및 배출요령에 대한 홍보 강화, △실효성 있는 분리배출표시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요청할 예정이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