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버둥 쳐도 빚만 늘어"…자영업자들, 문 대통령에 편지

입력 2021-01-28 10:46
수정 2021-01-28 11:22


“오늘도 우리 자영업자들의 하루는 절망으로 시작합니다. 가게를 열면 열수록 적자는 커지고 지난 1년간 어떻게든 버티고자 최대한 끌어 모은 빚 때문에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닙니다. 폐업을 하고 싶어도 평생을 모아 가게에 투자한 시설비와 철거비, 남은 기간 동안 내야 할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투자비를 일부라도 회수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빚더미에 앉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구장·베이커리·독서실·호프·스크린골프·카페·코인노래방 등 자영업자들로 구성된 17개 중소상인시민단체 대표들은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손실 보상 소급적용, 자정 영업 허용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영업손실 보상과 관련해 △작년까지 소급 적용할 것 △근로자 수와 상관없이 적용할 것 △실제 손해만큼 실질 보상을 해줄 것 △징검다리 긴급대출 병행 △정부·임대인·금융권과 고통 분담 등 5대 원칙을 내세웠다.

앞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영업 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에게 소급해 손실을 보상하는 대신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자영업자 손실보상법과 관련해 “새로운 감염병 팬데믹(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며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는 이미 세 차례 재난지원금 형태로 (손실분이) 지급됐다”고 소급 적용에 선을 그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손실 보상 소급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성토했다. 경기석 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회장은 “대리운전, 택배 등으로 아무리 발버둥쳐도 늘어나는 빚의 속도를 줄일 수는 있었지만 갚을 수는 없었다”며 “(집합제한) 행정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를 면밀히 조사하고 이에 상응하는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해 보상을) 소급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은 자영업자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손실보상은 소급하지 않겠다는 절망적인 말씀은 당장 멈추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업종별 특성에 맞춰 자정까지 영업 시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인성 대한당구장협회 전무이사는 “당구장과 같은 실내체육시설은 직장인들이 퇴근을 하고 찾는 공간인데 오후 9시 이후 영업 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1시간~1시간 30분에 불과하다”며 “보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접근해 업종별 거리두기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현장의 목소리가 전달될 수 있도록 집합제한 및 손실보상과 관련한 민관정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나라의 곳간을 이야기 하는데 ‘나라 곳간이 비면 안 되니 국민 곳간 비우라’는 관료가 어딨냐”며 “대기업 영업 방해하는 규제 없애준다고 약속하면서 골목에 있는 자영업자는 만난 적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홍 부총리는 사무실에서 나와 현장에서 중소상인·자영업자들이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친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안을 담은 편지를 전달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