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업체 사장에게 스테인레스 관 삽입 등 수술 과정을 보조하도록 한 정형외과 의사가 의료법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법원 제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의료기기 업체 사장이 수술 과정을 돕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정형외과 의사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기각했다고 28일 밝혔다.
정형외과 의사인 A씨는 2015년 6월 자신의 병원 수술실에서 '척추풍선성형수술'을 하며 의료기기 판매업체 사장 B씨에게 스테인레스 관을 환자 몸 안에 삽입토록 지시하고 수술용 시멘트를 배합한 뒤 주입하도록 시키는 등 수술을 돕게 했다. C씨에게는 망치로 어깨 부위에 구멍을 뚫도록 하고, 구멍에 특수실을 넣어 묶는 등의 의료행위를 지시했다. A씨의 이같은 행위는 2017년 10월까지 2여년 간 총 49번 반복됐다.
1심과 2심은 A씨와 B, C씨 모두 유죄라고 봤다. 척추풍선성형수술이란 부서진 척추 부위에 특수풍선을 주입해 척추를 원래 형태로 복원한 뒤 인체용 시멘트로 고정해 척추를 세우는 수술법이다. 재판에선 수술 과정 중 어떤 의료행위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로 봐야 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재판부는 해당 수술 과정에서 수술용 스테인리스관을 몸 안에 삽입하고 수술용 시멘트 배합·주입하는 것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B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이 있었지만 이는 참작할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스테인레스관의 삽입 및 수술용 시멘트의 배합과 주입은 척추풍선성형수술의 전체 과정 중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고, 의료인이 행하지 않으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수 있다"며 의사가 아닌 B씨가 이 행위를 한 것은 의료법 위반이라고 봤다.
이에 따라 의사인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의료기기 업체 사장 B씨에겐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또 이들 각각 사회봉사 160시간, 40시간씩을 이행하도록 했다. C씨는 200만원 벌금형에 처해졌다.
반면 의료용 테이프를 이용해 절개된 수술 부위를 봉합하는 것은 정식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이에 따라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A씨 정형외과의 응급구조사 D씨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 재판부는 "B씨가 한 수술용 스테인리스 관 삽입, 수술용 시멘트 배합 및 주입 등의 행위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의료행위으로 의사 만이 할 수 있는 진료행위"라며 원심의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봤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