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전쟁 속…삼바 'CMO 스타'로 뜨다

입력 2021-01-27 17:37
수정 2021-02-04 18:41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500억원을 투자해 세운 인천 송도 3공장은 지난해 가동률이 20%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공장을 본격 가동한 지 2년이 채 안 된 데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18만L)인 3공장의 일거리를 단시간에 채우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3공장 가동률은 50% 수준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치료제 위탁생산(CMO) 등의 ‘러브콜’이 이어지면서다. 창업 9년 만인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한 배경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분기 매출은 전 분기보다 1007억원 증가(36.7%)한 375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361억원(63.9%) 늘어난 926억원에 달했다. 매출 2585억원, 영업이익 524억원으로 추정했던 증권가 전망치보다 각각 45.1%, 76.7% 많았다. 작년 전체 매출은 1조1648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공 요인으로 △시장이 가장 크고 △성장기에 있는 단일 항체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한 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란 동물세포를 키워 질병을 물리치는 물질(항체)로 만든 의약품이다. 의약품에 항체 하나가 달려 있으면 단일항체, 두 개면 이중항체로 분류된다.

이 회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은 36만4000L로 전 세계 1위다. 경쟁사인 스위스 론자(30만L) 등을 앞서 있다. 생산 능력은 한 번에 20일 정도 걸리는 세포 배양 과정에 사용하는 배양기(리액터) 용량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수익률과 시장 규모가 보장된 단일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새롭게 주목받던 이중항체와 항체약물 복합체(ADC) 등으로는 확장하지 않았다. 반면 론자는 리보핵산(RNA) 등 유전자·세포 치료제 CMO와 이중항체, ADC 분야를 더 강화했다. 증설도 이 분야에 집중했다. 단일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한국과 중국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예상이 맞아떨어졌다. 단일항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이 급성장했다. 두 약물을 함께 맞는 병용 투여가 면역항암제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박병국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단일항체 의약품 하나에 집중해서 배양·정제 과정을 단순화해 수익을 극대화한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했다.

GSK 등으로부터 코로나19 치료제 수탁생산 수주도 이어졌다. 지난해 4분기엔 미국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치료제가 긴급 사용승인 후 시판에 들어가면서 3공장 가동률이 훌쩍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론자는 급증하는 단일항체 바이오의약품 생산 요청을 시설이 부족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변화한 것도 실적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유럽에 몰려 있는 바이오 기업들이 완전봉쇄(록다운)에 대비해 아시아 기업에 위탁생산 등의 방식으로 ‘제2의 생산기지’를 마련한 것이다. 한 CMO 기업 대표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CMO를 맡기기 힘든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이 ‘풍선효과’의 수혜를 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언택트(비대면) 수주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한 것도 주효했다. 이 회사는 작년 초 2만8022㎡ 규모의 인천 송도 공장 전체를 온라인으로 둘러볼 수 있는 가상현실(VR) 시스템을 갖췄다. 일종의 온라인 견학 시스템이다. 외국 고객사의 국내 방문이 어려워질 것에 대비한 것이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2019년 매출의 약 2.5배 수준인 17억800만달러(약 1조89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코로나19 발생 이후에 수주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가동률은 ‘풀가동’ 수준인 80%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