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수입, 가격안정 효과 없어…상반기 한 판에 1만원 넘을 것"

입력 2021-01-27 17:40
수정 2021-02-04 18:42
“계란을 수입한다지만 가격 안정에 큰 도움이 안 될 겁니다. 올 상반기 계란 한 판 가격은 1만원을 넘길 겁니다.”

국내 최대 산란계 직영 농장 가농바이오를 이끌고 있는 유재국 대표(61·사진)는 27일 계란값이 현재 폭등하고 있다기보다는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주립대(경영학 석사)와 시러큐스대(경제학 석사)에서 학위를 딴 유학파 경영자다. 형인 유재흥 회장과 함께 20년째 가농바이오를 이끌고 있다. “현재 적정가격은 7000원”유 대표는 당분간 계란 가격 인상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6일 30구짜리 특란 한 판의 소비자가격은 6718원. 지난 7일 처음으로 6000원대를 넘어선 후 연일 오름세다. 한 달 전(5727원)보다 17%, 지난해 1월(5270원)보다 27% 비싸다.

유 대표는 “현재 계란 한 판의 적정 가격은 7000원대”라며 “지금의 가격 상승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근거는 이렇다. 한 판에 7000~8000원대였던 계란값은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가 극에 달했던 2017년 1월 1만원에 육박(9400원)했다. 그 후 병아리 수입을 늘려 2018년부터 계란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2년간 계란 가격은 5000원 안팎에 머물렀다. 유 대표는 “최근 몇 년간 10만 마리 이상의 닭을 기르는 농장들은 적자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며 “최근의 계란값 상승은 평년 수준으로 수렴돼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병원성 AI로 인해 살처분을 당한 농가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그렇지 않은 농가들은 오히려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대표는 “계란 가격이 1만원대를 넘겨 치솟다가 7000원 선에서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근거로 “최근 고병원성 AI로 살처분당한 농장이 다시 병아리를 키워 예전 수준의 생산량을 회복하려면 8개월 이상이 걸린다”며 “적어도 올 9월 추석 연휴가 지나야 가격이 잡히기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산 계란 선호할지 의문”그러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미국산 계란 수입은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봤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미국산 계란을 냉장 유통하면 최대 45일까지 섭취할 수 있지만 계란의 신선도를 중시하는 국내 유통업계와 소비자들이 이를 선호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 대표는 현재 웃돈을 주고서라도 계란을 확보하고자 하는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와 계란을 주 원료로 쓰는 베이커리 업체 등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 20만구의 계란을 주문했던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2주 전 갑자기 70만구를 달라고 하는 등 수요가 크게 늘어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