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협회가 현재 16% 안팎인 원료의약품 자급률을 5년 안에 5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의약품을 항상 자립할 수 있는 상태로 운영하는 ‘제약주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란 이유에서다. 이를 위해 국산 원료를 쓴 의약품에 건강보험 급여 적용 약가를 높게 책정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키로 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사진)은 27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이 코로나19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의약품 부족 현상에 시달리지 않은 건 선진국 수준의 의약품 개발 능력과 탄탄한 생산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원료의약품만 놓고 보면 ‘제약주권’을 확보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협회에 따르면 완제 의약품 자급률이 74%에 달하는 것과 달리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16%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에서 수입하는 의약품 원료가 끊기면 완제 의약품 자급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원 회장은 “2000여 개 원료성분 중 국산화가 시급한 200개를 선정한 뒤 집중 육성해 5년 후 자급률을 50%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국산 원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만큼 정부가 어느 정도 가격 보전을 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산 원료를 쓰는 제약사에 생산설비 구축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원 회장은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과 관련한 정부 지원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화이자 모더나 등에 각각 조(兆) 단위 지원금을 건넸지만 한국 정부의 전체 코로나19 관련 예산은 2627억원에 불과하다”며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선 국내 제약사들이 갑작스러운 팬데믹 종료로 (개발비를 날리는 등) 손해를 볼 경우 정부가 보상해주는 방안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보건산업 육성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 설립도 요청했다고 원 회장은 밝혔다. 그는 “제약산업 특성상 정부의 일관성 있고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기초연구부터 임상시험, 세계 시장 진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합 관장하는 대통령 직속 조직을 신설해달라”고 호소했다.
약사 출신인 원 회장은 대한약사회장, 제18대 국회의원 등을 지낸 뒤 2017년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올초 두 번째 연임에 성공했다. 임기는 2023년 1월까지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