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것은 쇠약해진 경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0%였다. 연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이후 22년 만이다. 2차 오일쇼크가 닥친 1980년(-1.6%)을 포함해 역대 세 번째 역(逆)성장이다.
정부는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고 자평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연간으로 경제 규모 10위권 내 선진국들은 -3%대에서 -10% 이상의 역성장이 예상된다”며 “선진국들보다 역성장 폭이 훨씬 작아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결과”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자만할 만한 성적표는 아니다. 민간경제의 위축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민간소비(-5.0%), 수출(-2.5%), 건설투자(-0.1%) 등이 모두 감소한 반면 정부소비만 전년 대비 5.0% 늘었다. 민간부문 위축으로 추락하는 성장률을 재정으로 떠받친 셈이다. 지난해 총 66조8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지출을 대폭 확대한 결과다.
민간경제 위축은 코로나 탓만이 아니다.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소비와 수출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부터 우리 경제는 내리막길이었다. 2017년 3.2%였던 성장률이 2018년 2.9%, 2019년 2.0%로 추락했다. 그 시기에 세계경제가 호조였음에도 현 정부 들어 밀어붙인 소득주도 성장과 친노조 정책이 성장동력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규제는 성장 엔진인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든 노조편향 정책 역시 기업 활동을 제약했다. 선거 때만 되면 기승을 부리는 반기업 포퓰리즘 정책은 기업들이 땀흘려 일할 의욕마저 잃게 하고 있다.
경제를 마냥 재정지출로만 떠받칠 순 없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닐뿐더러, 나랏빚과 증세를 통한 정부지출 확대는 민간의 설 자리를 좁혀 국가 성장동력을 더 약화시킨다. 재정 주도 정책을 민간 주도로 서둘러 전환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을 옥죄는 규제와 고비용 구조 등 경영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수다. 그렇지 못하면 코로나 사태가 해소돼도 정상 성장궤도 복귀가 더욱 요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