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재개발구역 지정을 받기 위한 기준 완화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기준 완화를 가정해 서울 25개 자치구 단독주택구역을 분석한 결과 700여 곳의 재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2024개 구역의 34.8%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재개발 해제지역 실태조사 결과 등을 종합해 올 상반기 완화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6일 정비업계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서울시는 재개발 지정기준 완화에 따른 잠재 재개발 가능 구역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최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회 의원 18명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구역지정은 재개발 사업을 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이다. 서울시가 2015년 주거정비지수를 도입하는 등 규제를 강화한 이후 재개발 구역으로 새로 지정된 곳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새 기준으로 정비구역 지정이 가능한 곳은 총 706곳으로 조사됐다. 현행 기준에 따른 가능구역 487곳에 비해 219개가 늘어난다. 전체 단독주택구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4%에서 34.8%로 10%포인트가량 증가한다.
현재 주택정비형 재개발구역 지정 요건은 필수항목 2개(노후·불량건축물 수 및 전체 면적 기준)와 선택항목 4개(호수밀도·과소필지율·주택접도율·노후도)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려면 필수항목을 모두 충족하면서 선택항목 4개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조례개정안은 선택 항목 중 두 가지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호수밀도는 기존 ‘60 이상인 지역’에서 ‘50 이상인 지역’으로, 노후도는 ‘연면적 3분의 2 이상’에서 ‘57% 이상’으로 기준을 내린다. 호수밀도는 정비구역 면적 ㏊당 세워져 있는 건축물의 수다. 이 기준을 낮추면 건물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도 재개발이 가능해진다.
현행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재개발구역 신규 지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개정안을 발의한 시의원들의 지적이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기준을 일정 부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한다”며 “다만 호수밀도를 완화하면 양호한 주거지가 다수 포함될 수 있는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정비업계에서는 완화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연내 ‘204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을 앞두고 있는 데다 오는 4월 서울시장 선거가 예정돼 있어서다. 서울 시장에 도전하는 후보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정비규제 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개발 신규 지정이 안 되면 공급 부족이 더 심화된다”며 “재개발은 노후 기반시설을 개선하는 공공성도 큰 만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