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 경제가 -1%로 뒷걸음질쳤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세계 10위로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역성장폭이 작았던 영향이다. 1인당 소득 수준은 주요 7개국(G7) 반열에 오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이 26일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실질 GDP는 1830조5802억원. 이를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80원10전)을 적용해 환산한 달러 기준 GDP는 1조5512억달러다.
한국의 GDP 규모는 2019년 12위였지만 지난해에는 10위로 두 계단 올라갔다. 2019년 기준 한국보다 GDP 규모가 컸던 브라질과 러시아의 지난해 역성장폭이 한국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브라질이 2019년보다 4753억달러 감소한 1조3638억달러를, 러시아는 2384억달러 줄어든 1조4641억달러로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직전까지 지난해 한국의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로 IMF의 전망을 뛰어넘어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GDP가 10위권에 들어간 것은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한국은 2004~2005년 10위권에 진입했지만 이후 2006~2017년까지 10위권 밖으로 밀렸다가 2018년 반짝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바 있다.
1인당 소득 수준은 G7 수준으로 높아졌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민의 평균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G7 국가 중 하나인 이탈리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IMF는 이탈리아의 GDP가 10% 이상 감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다 10배 이상 감소폭이 클 것이란 예상이다.
GNI가 GDP 증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GNI도 비슷한 규모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의 2018년 기준 GNI는 3만3840달러로 한국(3만2730달러)보다 높았지만 이후 성장률 증감폭을 감안하면 한국의 GNI는 3만1000달러대로 예상돼 이탈리아를 넘어섰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