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정의 기업워치]SK렌터카를 바라보는 신평사 간 미묘한 시각 차

입력 2021-01-26 09:28
수정 2021-02-10 15:00
≪이 기사는 01월25일(10:0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렌터카를 바라보는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시각이 미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SK그룹의 지원 가능성과 사업 경쟁력 강화 추세에 대해선 모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수익성 변동 가능성과 차입 투자에 대해선 다소 상반된 의견이 나오고 있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SK렌터카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SK렌터카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3곳 모두 SK렌터카의 신용등급을 A로 평가하고 있지만 신용등급 전망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고 있는 셈이다.

SK렌터카는 1988년에 설립된 렌터카 전문 업체다. 2019년 SK네트웍스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지분 72.95%를 갖고 있다. SK렌터카는 SK그룹의 유사시 지원 가능성 덕분에 자체 신용등급 보다 한 단계 높은 신용등급을 받고 있다.

SK렌터카는 폭 넓은 영업망과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자동차 렌털 시장 내 안정적인 영업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로 봤을 때 SK렌터카의 차량 등록 대수 기준 시장 점유율은 12.3%로 롯데렌탈에 이어 2위를 나타내고 있다.

과거엔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이 렌터카 시장을 주도했지만 현대캐피탈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경쟁 강도가 심화됐다. 이 때문에 시장 지위를 방어하려는 SK렌터카의 부담이 컸다.

하지만 신용평가사 3곳 모두 SK렌터카의 시장 지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렌터카가 SK네트웍스와 렌터카 사업 부문을 통합하면서다. 사업 통합으로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고, SK그룹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대고객 영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판단이다. 실제 SK네트웍스의 장기 렌털 자산 유입이 완료되면 SK렌터카의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 전망이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SK네트웍스 렌터카 부문 통합 이후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전체 렌털 계약의 70%를 차지하는 장기 렌털 계약을 통해 사업 안정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역시 SK렌터카의 사업 경쟁력 강화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렌터카 업계의 수익성 저하와 SK렌터카의 재무 부담 확대 가능성에 좀 더 주목하고 있다.

렌터카 업계는 수년에 걸친 장기 렌트 수익률 하락으로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저하된 상태다. SK렌터카는 SK그룹 편입으로 조달 금리가 하락하고 차량 구매 단가가 절감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수요 위축 가능성, 경쟁 심화에 따른 렌털 단가 인하 압력, 판관비 부담 등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 신용평가사의 분석이다.

또 신규 투자를 위한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레버리지배율(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비율)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SK렌터카의 레버리지배율은 4.7배다. 외형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지난해 1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이뤄지면서 레버리지배율이 5배 이내로 유지되고 있다.

송미정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렌털 사업의 특성상 경상적인 투자가 지속돼야하고,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 양수로 신규 투자가 확대될 전망이라 레버리지배율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의 안정화 시기, 영업 효율성, 중고차 매각 이익률 개선 여부가 향후 수익성을 좌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신용도 상향 조정을 위해선 SK렌터카의 영업 전략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SK렌터카의 이익 구조엔 장기 렌털의 계약 단가와 단기 렌털의 차량 가동률이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지금까지 경쟁 업체의 공격적인 영업 확대가 장기 렌털의 수익성을 저하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고차 수출 시장이 정체되면서 중고차 처분가율도 하락해왔다"며 "제주도 등 주요 지점의 여행 수요 등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면서 성장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추세라 이에 따른 수요 위축과 차량 구매 확대에 따른 차입금 부담 증가 등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