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 "지난 석달 간 '싼 주식'만 급등했다"

입력 2021-01-25 10:02
수정 2021-01-25 10:05

자동차 에너지 금융주 등 최근 3개월간 세계 증시에서 급등한 주식은 대부분 밸류에이션이 낮았던 주식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급등한 주식 중 시장 평균보다 비쌌던 주식은 반도체 뿐으로 분석됐다.

모건스탠리의 앤드류 시츠 전략가는 지난 24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낙관론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튤립마니아(Tulip Mania)가 시장을 이끌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튤립마니아는 1634~1637년 네덜란드에서 발생했던 비합리적 투기 열풍을 말한다. 부유층의 인기를 얻은 튤립의 희귀 변종 구근 값이 천정부지로 솟구쳤던 사례로 자산시장의 비합리성을 얘기할 때 단골 사례로 등장한다. 당시 셈페르 아우구스투스(Semper Augustus)란 품종은 한 뿌리에 5000길더, 지금 가격으로 환산해 5만 달러 이상에 팔리는 등 값비싼 구근이 더 높게 거래됐다.



시츠 전략가에 따르면 지난 석 달간 25% 이상 오른 업종은 자동차, 에너지, 반도체, 은행 등의 순이다. 지난 20년간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표준점수(Z점수)를 구해보면 이들은 모두 석달 전 '제로(0)'보다 훨씬 낮은 저평가 영역에 있었다. Z점수는 평균으로부터의 편차를 표준편차로 나누어 얻어진 점수로 평균이 '0'이다. 즉 자산가치보다 훨씬 낮은 밸류에이션을 가졌던 주식들이 급등한 셈이다.

Z점수가 석달 전 '0'를 넘었던 주식 중 25% 이상 오른 업종은 반도체 밖에 없었다. 반도체의 경우 석달 전 Z점수 2.7로 매우 높았으나 지난 석달 동안에도 약 30% 치솟았다. 반도체 주식은 강한 수요 회복 및 공급 부족이 겹쳐 나타나면서 반도체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돼 급등하고 있다.

시츠 전략가는 "지난 석달 간의 증시 상황은 '과도한 낙관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서 예상 주식 변동성은 여전히 평균 이상이며 향후 12개월 채권에 대비한 주식의 가치는 역사적으로 봤을 때 꽤 '정상적'"이라며 "이런 데이터를 보면 '과도한 낙관주의'가 시장 어디에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시츠 전략가는 "일부 지표를 보고 강세장이 꺾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한계를 따르기보다 과잉매수된 자산을 구별하고 가장 극단적인 밸류에이션을 가진 업종을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