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반려동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사례가 나오자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물병원에는 문의 전화가 빗발쳤고, 온라인 카페와 SNS에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이 다른 동물이나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다는 사례는 아직 없다”며 “인간보다 전파성과 감염력도 낮다”고 설명했다.
25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21일 경남 진주 국제기도원에서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19일에는 서울대 벤처기업 프로탄바이오 대표인 조제열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경기 성남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이 의심되는 강아지를 확인했다. 두 사례 모두 사람이 반려동물에게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첫 반려동물 코로나19 확진 소식에 시민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서울 마포구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A씨(32)는 “26일 예방 접종을 받으려고 동물병원에 갈 예정이었는데 예약을 취소했다”며 “당분간 공원 산책을 같이 가는 것도 자제할 계획”이라고 했다. 수의사들도 혼란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협회에 소속된 수의사들로부터 ‘동물병원에 코로나19로 내원했을 때 어떻게 안내해야 하는지’ 묻는 전화가 여러 차례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동물의 코로나19 전파성과 감염 가능성이 인간보다 현저히 낮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방역당국에 따르면 아직까지 반려동물이 직접 사람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다.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직접 감염시킨 사례도 확인된 게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욱 한국수의임상포럼 회장은 “동물은 코로나19가 사람만큼 쉽게 감염되지 않는 데다 개와 고양이는 사람과 수용체가 달라 감염 위험이 낮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반려동물은 비말 전파성이 낮아 설령 마스크를 끼더라도 큰 방역 효과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CDC는 코로나19 확진자일 경우 반려동물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은 가정, 농장, 동물원의 동물 및 야생동물과 긴밀하고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