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진그룹이 최대주주인 캐나다 바이오기업 오리니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루푸스신염 치료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루프키니스(사진)는 FDA가 승인한 최초의 경구용 루푸스신염 치료제다. FDA는 지난해 7월 루프키니스를 우선심사 대상 치료제로 분류했고 6개월 만에 허가했다. 루푸스신염은 전신홍반성낭창(루푸스)이 신장까지 침범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루푸스는 면역체계가 자신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코 주위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루푸스 환자의 40%가량이 루푸스신염으로 병증이 악화되는데,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말기신부전이나 사망에 이른다.
그동안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치료제는 없었다. 이 때문에 로슈의 면역억제제인 셀셉트와 스테로이드를 병행하는 치료가 주로 이뤄져왔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면 백내장, 고관절 기능 약화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고 효과를 보는 환자도 10%에 그쳤다.
오리니아는 루푸스신염 환자 357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셀셉트에 스테로이드 대신 루프키니스를 병용 투여했더니 기존 방법으로 치료한 환자보다 2배 이상의 신장 반응률을 보였다. 또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는 단백뇨 수치가 2배 이상 빠르게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루푸스 환자는 세계적으로 50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40%에 해당하는 200만 명은 루푸스신염으로 병증이 악화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는 루푸스 치료제 시장이 2025년까지 32억달러(약 3조5222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피터 그린리프 오리니아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FDA 승인은 루푸스신염을 앓는 환자, 가족, 의료진 등에게 터닝포인트”라며 “약효와 안전성 모두를 담보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진그룹은 2010년부터 11년간 오리니아에 투자하고 있다. 일진그룹 계열사 일진에스앤티가 지분 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