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하 카톡)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카톡이 지난 10여 년 동안 쌓아온 3700만 명 사용자를 기반으로 ‘돈 버는 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톡 내 광고판’인 비즈보드가 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서비스도 속속 유료화를 예고하고 있다.
줄줄이 나오는 카톡 기반 수익 상품카카오는 2019년 10월 카톡 내 광고를 게재하기 시작했다. 2010년 카톡을 출시한 이후 최초다. 카톡 내 대화 목록 창 최상단 자리에 배너 광고가 노출되는 ‘비즈보드’란 상품이다. 클릭할 때마다 돈을 받는 성과형 구조다. 클릭 하나당 10원을 받거나 클릭 1000건당 4000원을 받는다. 비즈보드는 지난해 11월 카톡 내 샵(#)탭에도 자리를 마련했다.
비즈보드는 광고주 타기팅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비즈보드 유입 이력, 카톡 내 구독한 톡채널, 다음 웹툰이나 카카오T 등 카카오 내 다른 플랫폼 활동 데이터를 인공지능(AI)이 학습해 개인마다 다른 맞춤형 광고를 노출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조건에서 비식별화 데이터로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즈보드는 최근 하루평균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알짜 수입원이 됐다. 지난해 말 광고주 1만5000여 곳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보드 출시는 카톡이 무료 메신저에서 본격적으로 돈 버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광고 상품의 안착으로 자신감을 얻은 카카오는 구독으로도 유료화 모델을 넓히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카톡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모티콘 구독 서비스를 내놨다. 월 4900원으로 이모티콘 약 15만 개를 이용할 수 있다. 시범 서비스로 운영 중인 ‘톡서랍’도 구독 상품으로 전환했다. 카톡 채팅방에 올린 각종 사진, 동영상 등을 개인용 클라우드에 보관·관리하는 서비스다.
카톡 내 콘텐츠 유료화도 시도하고 있다. 이달 들어 카카오는 카톡 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카카오TV 일부 콘텐츠를 유료로 전환했다. 공개 후 1주일 무료시청 기간이 있지만 이를 지나 다시 볼 땐 500원을 결제해야 한다. 일정 요금을 내면 다음 회차를 미리 볼 수 있는 서비스도 내놨다. 카톡으로 돈 버니 달라진 카카오카톡 수익화 기조는 카카오의 기업 체질 개선을 이끌고 있다. 카톡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뜻하는 ‘톡비즈’ 매출이 2018년 4분기 1278억원에서 비즈보드 상품이 나온 이후 줄곧 증가해 지난해 3분기 2844억원으로 뛰었다. 카카오 전체 영업이익은 2018년 4분기 42억원(영업이익률 0.6%)에서 지난해 3분기 1202억원(10.9%)으로 급증했다.
카카오는 카카오T, 다음, 멜론 등 카톡을 제외한 다른 서비스에서도 이미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카톡의 본격적인 수익화가 실적 개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김동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비즈보드를 포함한 카톡 수익화 전략은 카카오의 매출 및 영업이익을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며 “비즈보드 자리를 늘리는 등 아직도 수익을 찾을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유료 서비스 증가에 따른 기존 사용자 반감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국민 메신저라도 노골적인 돈 벌기에 나서면 사용자들이 떠날 수도 있다”며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정밀하게 구현하는 AI 알고리즘으로 유료화에 상응하는 가치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