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해운업계가 초대형화 경쟁에 나섰다. 오랜만에 찾아온 해운 호황을 맞아 선사들은 저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도입하며 선복량을 늘리고 있다. 국내 선사들도 분전하고 있지만 중국 일본 대만 등과 덩치 싸움에서 밀리는 모습이다.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ONE는 각각 2만4000TEU(1TEU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을 최근 발주했다. 하파그로이드는 대우조선해양에, ONE는 자국 조선소에 건조를 맡겼다. 작년 4분기 이후 전 세계 조선소에 발주된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30척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작년 말 초대형선 10척을 발주한 대만 에버그린마린은 추가 발주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HMM도 이런 흐름에 맞춰 작년 2만4000TEU급 초대형선 12척을 도입했지만 선복량 경쟁에서 여전히 주변국에 밀리고 있다. 프랑스 해운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HMM의 선복량은 71만9000TEU로 세계 8위에 머물고 있다. 1년 전보다 2계단 상승했지만 3위 중국 코스코(304만3000TEU), 6위 일본 ONE(159만9000TEU)에 비하면 아직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7위 에버그린마린(127만9000TEU)과 격차도 크다. 현재 발주 잔량도 에버그린이 47만2000TEU로, HMM(12만8000TEU)에 앞서 있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 파산 이후 한국은 계속 대만에도 뒤처지고 있다”며 “최근 해운대란도 결국 선복량 부족과 경쟁력 약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해운업계가 초대형화에 나선 까닭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많은 화물을 한 번에 운반할 수 있어 연료비가 적게 들고 운임이 하락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4000TEU급이 초대형선급으로 분류됐지만 현재는 축구장 4개 크기인 2만4000TEU급이 대세가 됐다.
일각에서는 해운업계의 초대형화 경쟁이 10년 전 ‘치킨게임’을 다시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글로벌 1위 선사인 머스크는 당시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한 번에 발주하면서 해운업계의 공급 과잉을 불러일으켰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