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도 절반이 정원 못 채웠다

입력 2021-01-24 18:00
수정 2021-01-25 00:31
전문대학도 두 곳 중 한 곳이 정원 미달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대입에선 5만여 명, 3년 뒤엔 12만여 명의 입학생이 부족할 것이란 전망이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전문대학의 체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부설 고등직업연구소가 내놓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전문대학 체제 혁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학년도 입시 결과 134개 전문대학 중 57.8%인 77개 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고3 수험생의 대입 상황을 분석한 것이다.

정원 미달 사태는 지역별로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2020학년도 입시에선 서울과 인천을 제외한 전문대 대부분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미충원 인원의 85%가 지방대에 집중됐다. 특히 부산 지역 전문대는 정원 내 1만492명을 모집하는데 9008명만 등록해 충원율(정원 내)이 85.9%에 그쳤다. 충북(87%), 충남(89%) 등도 충원율이 90%를 밑돌았다.

2021학년도 입시에선 모집 정원 대비 5만여 명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는 충남 54.64%, 대전 55.52%, 부산 59.49% 등의 모집 정원 충원율이 60% 이하로 떨어진 전망이다. 3년 뒤 2024년 상황은 더 심각하다. 12만4000여 명의 입학생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돼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전문대는 재정난 악화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이희경 고등직업연구소 연구위원은 “학생들이 전문대보다 일반대학을 선호하고, 폴리텍이나 사이버대 등으로 진학하는 학생까지 감안하면 전문대가 체감하는 입학 자원 감소는 한층 심각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전망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2010년에 발표된 전문대 미래예측 연구에 따르면 2020년 전문대의 적정 존속 학교 수는 82개로 예측됐다. 현재 전국 전문대가 134개인 점을 감안하면 40%가량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사립전문대의 경우 수입이 계속 줄면서 내실 운영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업계에선 산학·직업계 고등학교 연계, 평생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 수요자 맞춤형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비학령기 인구나 해외 유학생을 확보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산업 수요에 맞춘 인재 양성을 위해 학과 개편이 필요하다”며 “또 마이스터대 및 대학원을 도입해 고숙련 전문직업인을 양성하고, 비학령기 인구를 대상으로 입학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적정한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비용에 근거해 등록금을 합리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 수 부족으로 인한 등록금 수입 감소로 전문대의 재정 여건이 악화돼 전체 등록금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8년 45.4%에서 2018년 65.1%로 급증했다. 가용 재원이 부족해지면서 실험 실습 기자재 구입비는 같은 기간 1206억원에서 43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