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대나무 - 이윤(1959~)

입력 2021-01-24 17:12
수정 2021-01-25 01:15
여태껏 멍했다
위아래 마디마다 슬펐다
오늘 또 쓰라리다 마음에 구멍이 났다
비어서 텅 비어서 제 몸속에 바람을 지닌 너
갈지자 푸른 곡을 붙여
별의별 소리로 울었다

-시집 《혜윰 가는길》(시산맥사) 中

텅 빈 마음에 바람을 들여 울음을 연주하는 게, 그게 대나무였습니다. 이리 왔다 저리 갔다 하는 갈지자 마음에 부는 바람 소리. 텅 빈 마음을 살아내는 동안 마디마다 슬프기도 했겠지요. 울음을 음악으로 바꾸어 자기만의 생을 울리기도 했겠지요. 어떤 날들을 지나온 마음에 어떤 이름 붙인 아름다운 음악이 들리는지, 가만히 내게도 귀 기울여 봅니다.

김민율 시인 (2015 한경 청년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