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확보 전쟁이 ‘2라운드’에 들어갔다. 최근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노바백스의 코로나19 백신 판매·유통 권리(라이선스인)를 사기로 하면서다. 글로벌 제약사의 백신을 대신 만들어주는 ‘백신 하청 국가’에서 자체 생산과 수출을 하는 ‘백신 주권 국가’로 도약할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수탁생산(CMO) 회사들이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재하청을 받아 생산하는 ‘낙수효과’도 생길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24일 “백신의 생산과 유통, 판매 범위를 두고 노바백스 측과 협상하고 있다”며 “한국 내 판권은 우선 SK바이오사이언스가 넘겨받는 것으로 큰 범주에서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연간 5억 병(도즈)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설들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기술이전을 통해 정부에 올해 말까지 2000만 명분(4000만 병)의 코로나19 백신을 공급한다. 노바백스 백신의 판매가격을 병당 20달러로 계산하면 약 8억달러(88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에 꼭 필요한 면역증강제인 메트릭스M의 기술이전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에 한정될 순 있지만 면역증강제 기술이 없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선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백신 판권이 한국 외 아시아 지역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노바백스는 아시아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 외에 일본 다케다제약, 인도 세럼이스티튜트와 CMO 계약을 했다. 두 회사는 생산 물량을 자국 내에서 소화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백신 CMO 시설이 없는 동남아시아 호주 등의 판권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생산 규모가 커질 경우 국내 CMO 기업들에 낙수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완제 공정에 강점이 있는 녹십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노바백스와 CMO 계약을 맺을 당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의약품 원액만 생산키로 했다. 완제 회사는 정해지지 않았다. 완제 공정은 생산된 의약품을 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이나 주사기에 충전하는 등의 과정을 말한다. 녹십자는 완제 공정을 갖춘 청주 오창공장을 지난해 완공했다.
미국과 유럽 외 지역에서 아직 완제 계약을 맺지 않은 것도 호재다. 노바백스는 미국에서 파파마, 유럽에선 박스터 등과 완제 공정 계약을 따로 맺었다. 아시아 지역에선 별도 완제 계약을 맺은 곳이 없다. 원액을 생산할 수 있는 바이넥스 등도 주목받을 수 있다. 바이넥스는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