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따르면 김시우(26)가 최종 라운드를 선두로 출발했을 때 우승한 비율은 25%다. 지금까지 네 번 4라운드 선두로 나서 PGA투어 첫 승을 거둔 2016년 윈덤챔피언십을 제외하곤 우승자에게 축하의 악수를 건네야 했다. 김시우가 ‘좁은 문’을 뚫고 또 한 번 트로피를 들 수 있을까.
김시우는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7113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670만달러)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쓸어 담았다. 5언더파 67타. 1라운드에 이어 또 한 번 ‘무(無)보기’ 라운드를 완성한 그는 사흘 합계 15언더파 201타를 적어내 미국의 맥스 호마(31), 토니 피나우(32)와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2017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이후 3년8개월 만의 우승 도전이다.
지난해 11월 마스터스에서 공동 34위의 성적을 올린 김시우는 시즌을 일찍 마감하고 재정비를 택했다. 돌연 귀국해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정신력을 가다듬었다. 자가격리 기간에는 방 안에 간이연습장을 차려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불태웠다. 지난주 하와이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공동 25위로 준수한 성적을 내더니 새해 출전한 두 번째 대회에서 우승 기회를 잡았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송곳 아이언 샷의 덕을 톡톡히 봤다. 사흘간 그린 적중률은 81.48%로 전체 공동 4위다. 이를 앞세워 3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낚았고 5번홀(파5)에서 1타를 더 줄였다. 12번홀(파4)에서 후반 첫 버디를 기록한 뒤 14번홀(파4), 16번홀(파5)에서 버디를 추가했다. 김시우는 “지난주 코치와 스윙을 점검하고 몇 가지를 수정한 뒤로 느낌이 좋고 편안하게 샷을 하고 있다”며 “주로 백스윙과 테이크어웨이 동작을 손봤다”고 말했다.
퍼팅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16번홀에서 258야드를 남기고 5번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을 홀 2m 옆에 붙이고도 넣지 못해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17번홀(파3)에서도 3m 남짓한 버디 기회를 놓쳤다. 김시우는 “퍼트가 잘 안 돼 후반에 찾아온 많은 찬스를 놓쳤다”며 “퍼팅을 점검하고 내일은 좀 더 잘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평소 공격적인 골프를 구사하지만 최종 라운드에선 좀 더 호흡을 가다듬을 작정이다. 그는 “좀 더 기다리면서 침착하게, 편안하게 마음먹고 덜 공격적으로 하려고 한다”며 “오늘 감각 그대로 이어가면 내일 좋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즐기면서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도 했다.
김시우 뒤에는 경쟁자들이 빼곡히 자리하고 있다. 리치 워런스키(30·미국)가 1타 차 4위(14언더파), 에밀리아노 그리요(29·아르헨티나) 등 3명이 2타 차 공동 5위(13언더파)다. 3타 차가 나는 공동 8위 그룹에도 5명이 몰려 있어 우승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안병훈(30)은 버디 6개를 잡고 보기는 1개로 막아 5타를 줄이며 공동 13위(11언더파)에 올랐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던 임성재(23)는 1타를 잃고 중간합계 10언더파 공동 20위로 내려앉았다. 이날 해저드에만 세 번 공을 빠뜨린 것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