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철강·변압기에 대해 ‘불리한 가용정보(AFA)’를 적용해 고율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한 미국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판정이 나왔다. 앞으로 미국의 AFA 남용에 제동이 걸린 전망이다.
2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WTO는 이날 미국이 한국산 철강·변압기에 대해 AFA를 적용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 8건 모두에 대해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세부적으로 보면 우리 측은 △미 상무부가 AFA를 적용하기로 한 결정의 적법성 △부인된 자료를 대체하는 정보의 선정과 사용방법의 적법성 △부당한 AFA 적용으로 인한 조치 수준 왜곡 등 총 37개 쟁점에서 승소했다. 반면 미국은 AFA 적용을 결정한 적법성의 제한적 인정 등 3개 쟁점에서만 승소했다.
AFA(adverse facts available)란 반덤핑 및 상계관세 조사 시 피조사 기업이 제출한 자료를 무시하고, 피조사기업에 불리한 가용정보를 사용해 덤핑률 등 조치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조사 기법을 말한다.
미국은 2015년 관세법을 개정한 이후 2016년 5월부터 한국산 철강·변압기 제품을 대상으로 AFA를 적용, 최대 60.81%의 높은 관세를 적용해왔다. 한국 정부는 미국에 AFA 적용조치의 문제점을 수차례 제기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이에 2018년 2월 WTO에 제소했다.
정부는 약 3년 간의 분쟁기간 동안 2만5000여장 분량의 증거자료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구두·서면 공방을 통해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번 판정을 통해 승소한 8개 조치와 관련된 품목 뿐 아니라 다른 수출품목에 대한 불합리한 AFA 적용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WTO 회원국으로서의 권리와 우리 업계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WTO 분쟁해결절차를 적극 활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