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신체와 유사한 성인용품인 소위 '리얼돌'이 다소 적나라하긴 하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건은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재차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 (부장판사 박양준)는 중국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한 A사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 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A사는 2020년 1월 김포공항세관장에게 리얼돌 수입신고를 했다. 세관장은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고 보고 수입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A사는 "리얼돌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물품이 아니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풍속을 해친다는 것은 '음란'을 뜻하고 음란이란 단순히 저속하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 중 특정 부위를 진한 색으로 도드라지게 보이게 하고 피부색과 유사한 실리콘을 사용하는 등 성인 여성의 신체를 재현한 것"이라면서도 "성적 만족감 충족이라는 목적을 가진 도구로서 필연적으로 신체의 형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그 전체적인 모습이 신체와 유사하다거나 특정 부위의 표현이 다소 구체적이고 적나라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단정할 수없다"며 "세관장의 수입통관 보류 처분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리얼돌 통관 문제는 이미 2019년 6월에도 대법원이 "리얼돌 수입을 막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당시에도 관세청이 ‘국민 정서’를 들어 통관을 막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수입 자체를 금지할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관세청은 대법원 승소 판결을 받은 수입 업체의 제품에 대해서만 통관을 허가하고 나머지 제품들은 불허했다.
관세청은 "리얼돌은 모양이 다 달라 수입 업체들이 통관을 원하면 각각의 수입품에 대한 수입통관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