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서로를 향해 "코로나19 방역을 정치에 이용한다", "코로나를 선거에 이용한다"며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여권은 "야당이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긴다"며 비판했고, 야권은 "정부·여당이 원칙 없는 방역 대책으로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맞섰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2일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어제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의 '(밤) 9시 이후 영업제한' 조치를 두고 '코로나19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 '비과학적, 비상식적 영업규제'라며 당장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며 "그렇지 않아도 힘들어하는 자영업자들의 불안감을 파고들어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했다.
앞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비과학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률적 영업 규제를 지금 당장 철폐하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슨 야행성 동물인가"라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저녁 9시까지는 괜찮고, 그 이후는 더 위험하냐"며 "9시에 문을 닫으라는 것은, 영업정지 명령과도 같다. (이는) 국가적 폭력"이라고도 했다.
정 총리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가장 큰 기본원칙은 접촉의 기회를 최소화하는 것이고 밤 9시 이후는 식사 후 2차 활동이 급증하는 시간대"라며 "심야로 갈수록 현장의 방역관리가 어려워지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도 '9시 이후 영업제한과 5인 이상 모임금지'의 효과가 컸다는 것이 대다수 방역전문가들의 판단"이라고 덧붙였다.
정 총리는 "방역을 정치에 끌어들여 갑론을박하며 시간을 허비할 만큼 현장의 상황은 한가하지 않다"며 "인내하며 방역에 동참해주고 있는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언행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정 총리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나경원 전 의원이 나섰다. 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세균 총리, 말은 바로 하자"며 " 과연 누가 방역을 정치에 이용했나. 누가 대규모 감염의 빌미를 제공했나"라고 되물었다.
나 전 의원은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이 정권의 '방역의 정치화', 국민은 다 알고 계신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심 쓰듯 여행가라, 외식해라 쿠폰 나눠주다 감염이 확산되니 뒤늦게 백지화한 사실을 정 총리는 망각했느냐"며 "주먹구구식 탁상 방역수칙으로 자영업자들 속을 태우고, 기껏 개선한 방역수칙은 국민을 더 약 올렸다"고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진심 어린 제안이 어째서 방역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며 "정말 현장에서,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정 총리야말로 지금 방역을 정치에 끌어들여 민심을 차갑게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