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가 한국 선박을 나포한 가운데, 이란 정부가 "한국이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의 자산을 압류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한국이 이란인의 음식과 약을 사는 데 쓸 돈을 빼앗았다"고 비판했다.
자리프 외무장관은 이어 "한국이 이란 국민의 음식과 약을 사는 데 써야 할 돈을 동결했다"며 "이는 미국의 명령에 따라 이란 국민의 음식과 약을 빼앗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이번 일이 앞으로 한국에 대한 이란 국민의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결국 이 게임에서 패자는 한국과 한국의 산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은 2010년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를 개설하고 원유 수출 대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2018년 미국 정부가 이란 중앙은행을 제재 명단에 올리며 이 계좌를 통한 거래는 중단됐다.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 자금은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걸프 해역에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나포했다. 이들이 밝힌 나포 이유는 '해양오염'이었지만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압박 카드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정부는 한국케미 나포와 이란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0일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이란에 파견했지만 사태의 조기 해결에는 실패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