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가 9년 만에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국내외 판매 실적과 생산량이 나란히 16년 만에 최악을 기록한 여파다.
르노삼성은 21일 수익성 강화 등을 위해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하고 이날부터 다음달 말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사무·생산·서비스직을 포함, 2019년 3월 이전에 입사한 모든 임직원이 대상이다. 르노삼성은 근속연수에 따른 특별 위로금을 비롯해 자녀 1인당 학자금 1000만원, 차량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인당 평균 1억8000만원 수준이다.
르노삼성이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은 2012년 이후 약 9년 만이다. 당시 르노삼성은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으로 2011년 2150억원, 2012년 1721억원 적자를 냈다. 임직원 900여 명이 퇴직했고, 회사는 이듬해 흑자로 전환했다.
지금 상황도 당시 못지않은 ‘비상’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은 내수와 수출을 포함해 총 11만6166대를 판매했다. 2004년 이후 최저치다. XM3 등 6종의 신차 판매량은 9만5939대에 그쳤다.
생산량 역시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생산한 차량은 총 11만2171대였다. 수출 생산량의 90%가량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수탁생산이 지난해 3월 종료된 게 악영향을 미쳤다.
전망도 불투명하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말 XM3의 유럽 수출 계약을 가까스로 따내면서 ‘일감 절벽’ 위기를 모면했지만 노동조합이 임금 인상을 이유로 파업을 반복해 계획이 틀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지난해 XM3 수출 계약을 체결한 뒤 “가격 경쟁력이 없으면 프랑스 소비자들이 한국에서 생산됐다는 이유만으로 비싼 차를 구매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에 대한 르노그룹 본사의 압박은 더 커지고 있다.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기존의 시장점유율 및 판매량 중심에서 탈피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메오 CEO는 특히 라틴아메리카, 인도와 함께 한국을 언급하며 “현재보다 수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