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1일 취임 일성으로 “주권자인 국민 앞에서 결코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겠다”며 “자기 성찰적인 권한 행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갖은 우려와 기대 속에 공수처가 이날 공식 출범했다. 하지만 차장과 수사처 검사 등 인적 구성 작업은 이제 시작이어서 오는 3월께 이르러서야 ‘1호 수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김 처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공수처에 대한 기대가 정말 크다”며 “정치로부터의 중립, 기존 사정기구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이후 오후 3시30분부터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식과 현판 제막식을 했다.
김 처장은 취임사를 통해 “오로지 국민 편만 드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수사와 기소라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수처가 기존의 수사기관들과 갈등을 빚고 나라의 반부패수사 역량이 오히려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수사기관들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견제할 것은 견제하는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하부조직으로 ‘2관 4부 7과’를 설치하고, 수사부와 공소부를 따로 두기로 했다.
김 처장의 첫 과제는 그와 함께 일할 차장 1명과 검사 23명, 수사관 40명을 뽑는 것이다. 1차 관문은 차장 인선 과정이 될 전망이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있는 법조인이 차장으로 선임되면 향후 검사 인선 과정에 난항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측이 공수처 검사 선발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에 참여를 거부할 수 있어서다. 김 처장은 “적어도 다음주 중에 (차장 후보를) 복수로 제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검사는 7년 이상 법조경력자 중 인사위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인사위는 처장과 차장, 처장 추천 인사 1명, 여당 추천 인사 2명, 야당 추천 인사 2명 등 7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위의 안건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하지만 야당이 아예 인사위원 추천을 하지 않으면 검사 인선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등 특정 정치성향을 띠는 법조인을 공수처 차장과 검사에 앉히려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김 처장은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갖춘 인재들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채용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차장·검사 등 인선 작업이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것”이라며 “(1호 수사 대상은) 그때 가서 판단할 것이고, 지금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혁/김형호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