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당 4000원 '요금 폭탄'…남태평양서 걸려온 스팸전화

입력 2021-01-21 16:47
수정 2021-01-21 17:02
사모아, 통가, 파푸아뉴기니, 피지. 이름도 생소한 남태평양의 따뜻한 섬나라에서 한국으로 걸려온 스팸전화가 1년에 229만 6000건에 달했다.
21일 SK텔링크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등에 따르면 한국으로 걸려오는 국제 스팸 전화의 발신국 1위는 사모아(국가번호 685)였다. 전체 인구 20만명의 사모아에서 한국으로 지난해 걸려온 스팸 전화는 131만2000건 이었다. 전체 스팸 전화 중 32%를 차지했다.
두번째로 스팸 전화를 한국으로 많이 걸어온 국가는 전체 인구 10만6000명의 통가(국가번호 676)다. 지난해 57만4000건의 스팸 전화를 걸었다. 전체 스팸 전화 중 14%를 차지했다. 3위는 파푸아뉴기니(국가번호 675)로 24만6000건(6%), 4위는 피지(국가번호 679)로 16만4000건(4%)이었다.

국제 스팸 전화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다양한 목적을 위해 비정상적인 국제통신 및 접속을 유도하는 불법행위다. 가장 흔한 수법은 한차례 전화를 걸고 끊는 이른바 ‘원링콜’이다.

국제 스팸 전화 조직은 부재 중 전화로 흔적을 남긴다. 사용자가 전화를 걸어보면 의미없는 영화 대사나 중얼거리는 말소리를 흘린다. 이후엔 1분당 약 4000원에 달하는 전화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온다. 스팸 전화 조직은 이렇게 발생한 전화 요금 중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가져간다.

일부 스팸 조직은 한국에서 유출된 개인정보에 기반해 악성코드를 심은 URL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 사용자의 휴대전화를 감염시켜 피싱이나 스미싱 등 범죄에 악용한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 19’ 확산이라는 사회적 이슈를 악용했다. 택배발송·생활비 지원·재난지원금 신청·공공기관 등을 사칭했다.

남태평양 국가들이 스팸 조직들의 근거지가 된 이유는 열악한 통신 환경 때문이다. 이들 나라들은 인구 자체가 적을 뿐더러 통신을 이용하는 사람 자체가 적다. 특히 한국과 직통된 통신 회선이 없다.

통가 등으로 한국에서 전화를 걸기 위해선 미국 서부로 이어진 통신선을 우선 거친 뒤 페루 등 남미 국가로 이어진다. 남태평양에서 한국으로 스팸 전화가 걸려오는 것은 알지만 추적이 불가능한 이유다.

SK텔링크 관계자는 “685, 676. 675, 679 등 생소한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걸려오는 경우 스팸일 가능성이 높다”며 “실수로 전화를 걸었다면 바로 통화종료 버튼을 누르고 전화가 끊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