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 랠리에 소외된 코스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지수는 연간 44.6%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30.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코스닥은 지난해 말 968.42로 마감하며 2002년 정보기술(IT)버블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코스닥 상승세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날까지 코스닥은 두 달여간 23% 넘게 올랐다.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다.
개인과 외국인은 지난해 11월부터 전날까지 코스닥에서 각각 2조6961억원, 2조773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이끌었다. 전년 같은 기간 개인이 1조6126억원 순매수, 외국인이 2104억원 팔아치운 것과 대비된다.
그러나 코스닥은 올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개인의 대형주 쏠림 현상에 기관의 매도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기관은 올 들어 전날까지 1조4500억원 넘는 물량을 쏟아내며 코스닥 상승을 가로막았다.
김상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개인이 주식시장을 주도하게 됐다"며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 개인 자금이 유입되면 중소형주의 성과가 대형주보다 긍정적이다. 하지만 올해는 대형주에 집중되고 기관의 매도까지 더해지면서 중소형주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외된 중소형주에 관심 가질 때"증권업계는 앞으로의 흐름은 다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형주에 대한 개인의 관심이 코스닥으로 넘어갈 수 있고, 큰손 투자자인 연기금의 코스닥 유입이 확대될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발표한 '2021년 업무계획'에서 연기금 의 국내주식 투자범위를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에 대한 연기금 비중을 높여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연기금은 현재 전체 투자금의 1~2%를 코스닥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투자 성과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추종 지표'에 코스닥도 포함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코스닥 투자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방안도 논의 중이다.
최근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 종목들이 저렴해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형주 위주의 주가 상승으로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 상대 비율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대형주 대비 중소형주의 밸류에이션 상대 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높은 기대수익률이 기대된다는 의미"라며 "중소형주의 이익 개선폭은 대형주에 뒤쳐지지 않는다. 소외된 중소형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했다.
천스닥(코스닥지수 1000포인트) 달성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복병은 공매도 재개다. 금융당국이 오는 3월 종료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경우 코스닥 주축을 이루는 바이오 종목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부담이 큰 제약바이오주는 공매도 투자세력의 타깃이 되곤 한다.
박범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가 재개되면 주가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코스닥 대형주의 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다만 정치권 압박이 거세지고 여론이 악화하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는 연장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는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공매도 제도는 지금까지 바람직하게 운용되지 못했다"며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이 룰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소액·개인 투자자들이 피해 의식을 갖고 있다. 그에 대한 치유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전날 "전반적인 당 분위기는 시중 유동성과 개인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공매도의 폐해를 정리해가면서 우선 (금지를) 연장하고 제도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라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했다.
공매도 재개 입장을 밝혔던 금융당국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여당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연장에 무게를 두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공매도 금지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