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보다 많이 뛰었네"…1년새 가격 67% 오른 과일은?

입력 2021-01-21 14:16
수정 2021-01-21 15:4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일 서울 목동의 한 대형마트. 사과 매대에서 멈춰선 주부 정순임 씨(58)는 가격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 씨는 "사과와 배는 설에 꼭 구입해야 하는 과일인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라며 "2주 뒤에 가격이 더 오를 듯 싶어 지금 구입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정씨와 같이 기자가 대형마트에서 만난 주부들은 "고공행진하는 밥상 물가에 걱정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설을 앞두고 농·축·수산물 물가가 뛰고 있다. 양파 마늘 등 농산물과 차례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사과 배 등 과일 가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내식 수요 증가와 설 대목 여파로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1년새 67% 뛴 금사과…삼성전자보다 더 많이 뛰었네 2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사과 소매가격(10개)은 3만1635원으로 전년 (1만8922원) 대비 6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39%)을 앞지른 셈이다. 배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신고 기준 배 소매가격(10개)은 4만4658원으로 전년(3만2194원)보다 38%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김장철이 지나고 배추와 무 가격은 안정된 모습이지만, 양파와 대파, 마늘 등 양념류 채소 가격은 폭등하는 모양새다. 양파(1kg) 가격은 2937원으로 전년(1686원)대비 74% 올랐다. 대파(1kg)는 4420원으로 전년(2696원)대비 63% 상승했고 깐마늘(1kg) 가격 역시 1만130원으로, 전년(6963원)대비 45% 올랐다.

설 대목을 앞둔데다 그동안 기상 악화 등으로 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과 저장량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22만5000t으로 나타났다. 배 역시 봄철 저온 피해와 장마, 태풍 등 기상악화로 생산량이 줄어 재고량은 전년 대비 15% 적은 8만1000t으로 집계됐다.

마늘 양파 대파 등 양념채소류는 최근 한파가 이어지자 전월 대비 가격도 급증했다. 양파(1kg)는 전월(2432원) 대비 20% 올랐으며, 대파(1kg)는 양파(1kg)도 전월(3511원) 대비 가격이 25% 상승했다. 깐마늘(1kg)은 전월(9595원) 대비 가격이 5% 올랐다.

실제 지난해 12월 농산물 가격 상승 여파로 생산자물가가 3개월 만에 오름세로 돌아서기도 했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03.78(2015년 수준 100)로, 11월(103.09)보다 0.7% 올랐다. 품목별 전월 대비 등락률은 농림수산품 물가가 2.3%로 두드러졌다. 설 앞두고 소비자들 '한숨'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품목들이 밥상과 차례상에 필수품목으로 오르는 만큼, 소비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서울 목동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황선화 씨(44)는 "해마다 설을 앞두면 일부 품목 가격이 올라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런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경기가 안 좋아서인지 과일·채소값 상승이 유독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한국 음식에 항상 들어간다고 할 수 있는 마늘과 대파, 양파 가격 상승이 유난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사과 매대 앞에서 머물던 정순임 씨(58)는 "돌아오는 설에 집에서 차례를 지내야 한다"며 "사과와 배는 필수품인데 가격이 너무 올라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주 뒤에 신선한 과일로 다시 사려고 하는데 그때는 가격이 더 오를 거 같아서 차라리 지금 사는 게 나을지 고민"이라고 망설였다.

과일 가격의 경우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과일은 기존 비축분이 정해져 있어 공급을 늘리는 게 제한적인 만큼 본격 설 대목까지 가격이 더욱 오를 가능성도 있다"며 "채소의 경우 추위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가격이 안정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설을 앞두고 성수품 가격을 안정화하기 위해 관련 품목 공급을 일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농식품부가 발표한 '설 민생안전대책'에 따르면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명절 수요가 많은 사과, 배, 배추, 무,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밤, 대추 등 10대 성수품의 공급 물량은 평시보다 1.4배 확대된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